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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K Nov 28. 2023

닿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3-

-LAST-

그렇게 그녀와 뜻 밖인 곳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날은 정말 왠지 모르게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날이었다.


너무 반가웠지만,

반갑게 맞이할 수가 없었다.


너무 소식이 궁금하였지만,

안부를 물을 수가 없었다.


너무 보고 싶었지만,

보고 싶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 미안했으니깐.


그렇게 나는 무뚝뚝하게 인사하였다.


내가 말했다.

'안녕. 오랜만이지? 여기서 일하는구나...'


그녀가 답했다.

'어.. 맞아.. 어떻게 지냈어?'


말을 마치자 그녀의 얼굴에는 순진함으로 묻어있는

호기심으로 물어본 것 같다.

'나야 뭐... 잘 지냈...'


내가 답을 끝내기도 무섭게 뒤에 다른 손님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얼른 살 것을 계산하고 그녀에게 나중에 보자 하고 싱겁게 인사 후 나왔다. 그렇지만 후회라는 감정은 없었다. 너무 피곤했던 탓이었을까? 수만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으니 빨리 집에 들어가서 수면만 생각하고 발길을 돌려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집까지 가면서 택시 창 밖으로 나의 고향은 무엇이 변했는지와 무엇이 생겼는지 세밀하게 관찰하며 집에 갔다. 생각보다 그리 바뀐 건 없었다. 무언가가 새로 생긴다고도 들은 적도 없었다. 머리가 벗어진 택시 기사님은 마치 내가 공상에 잠겨있는 표정이라 나의 표정을 백미러로 보신 뒤에 다시 운전에 집중하셨다. 그렇게 무탈하게 집에 도착하였다. 부모님은 반가워하셨지만 나는 집에서는 표현을 많이 안 하고 말 수도 적었기에 그러려니 하며 씻고서 방에 들어갔다. 평소에 친구들에게 표현도 많이 하고 분위기 메이커를 주도하였던 나는 일련의 악몽 같은 사건들 덕분에 집에서 하던 행동들이 밖에서도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휴대폰을 보다가 내려놓고 잠을 청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까 편의점에서 그녀와 만날 때는 피곤하고 잠도 왔지만, 막상 몸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니까 정신이 날 가만두지 않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였으면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뇌며 오지도 않을 최선의 선택을 골라보았다. 물론 이때도 더 나은 선택을 생각하며 시뮬레이션을 해보았지만 후회라는 감정도 들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미 일어난 일이었고 사적인 이야기들을 수놓아서 뒤에 계산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굳이 그 많은 생각들 중에 제일 많이 들던 생각은


'이제 그 아이는 못 만나겠지?' 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살고 있는 거주지도 방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편의점도 요즘에는 평소에 어디를 다니는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지금의 나처럼 어둡고 축 쳐지고 말 없는 남자 따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의 나와는 잘 어울렸다고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때가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혼자만의 생각이다.) 점점 생각이 깊어지고 하면 할수록 감정이 마모되다 보니까 그녀를 떠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마치 지금의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장미 같았다. 한 걸음 뒤에서 보면 아름답지만 한 걸음 다가가서 보려 한다면 가시에 찔릴까 봐 못 다가갔다. 사랑은 아프다는 것이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옛이나 지금이나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생각할 거리도 고갈되었다. 그렇게 3일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본가에 있다가 다시 직장이 있는 지역으로 돌아갔다. 이때 나는 직장으로 돌아가자마자 군대 신체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우편물을 받았다. 사람들은 이때 대부분 우울하고 억울한(?) 감정들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별 생각도 없었고 대한민국은 징병제이니 당연히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압박감과 거부감은 없었다. 피곤하게 짜증 내고 울분을 토해내도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불만도 없었다. 그렇게 회사에다가 양해를 구하고 신체검사를 받고 몇 달 후에 나는 퇴사를 하였다. 그 몇 달이라는 시간을 건너뛴 이유는 그녀와 그동안 접점도 없었을뿐더러 별로 특이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군대를 가기 전에는 보통 자신의 SNS 계정에 편지(인터넷편지)를 써달라는 형식에 게시물과 이야기를 한다고 들은 적이 없었다. 내가 올렸다면 분명히 편지를 써 줄 친구는 존재했지만 어차피 군대에서 평생 있을 것도 아니고 편지를 받아봤자 동기부여와 힘이 날 것 같지는 않아서 SNS에다가 올리는 것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군대에 입대 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군생활 속 역시 그녀와 접점이 없었다.


역시나 그녀와 마지막 만남이 편의점 이후로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추후에 나는 전역을 하고 나서 혼자서 전국 여행을 다니며 우울함과 고독한 증세(?)가 많이 좋아져서 여러 사람들과 다시 교류하기 시작하였다. 딱 한 가지 이전과 사람들의 교류 속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을 주지 않는 것이다. 매정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서로에게 이득이 없는데도 깊은 사이가 되는 경우는 없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자신의 정말 친한 친구와 어떠한 계기로 친해졌는지 잊어버리는 상황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이득이 되는 부분을 서로 급급히 다 가져갔기에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냥 정이 들어버려서 서로의 우정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각설하고 그녀의 추후 소식은 그녀의 동창인 나의 지인에게 들었다. 남자친구가 생기고 잘 지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인은 왜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나에게 알려주는 건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이후에 나는 차츰차츰 그녀가 머릿속에서 떠나고 그녀와 함께 걷던 길을 우연하게 지나가도 추억들도 가물가물하게 되었다. 어떤 것들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저 현시점에서는 그다지 떠오르지는 않지만 불현듯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볼 것이다.


'왜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나요?'


'그래도 편의점에서 만났을 때 뒤에 손님들은 다 보내고 천천히 이야기 나눌 수 있었지 않았나요? 아니면 끝나는 시간이라도 물어봐서 카페라고 갔을 수도 있었잖아요.'


'혹시 자존심 강하신가요?'


글쎄다. 모든 질문들을 답해줄 수는 있지만 나는 그저 순수의 때가 벗겨지기 전의 변질되지 않는 순수한 하이틴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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