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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휘 Feb 23. 2024

피조물의 천성은 천박함

돈: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읽고

인간은 강렬한 감정에 휩싸였을 땐 하찮은 고민을 경멸하지만, 그 순간은 금세 지나간다.
인간이라는 피조물의 본질적인 천성은 바로 천박함이라고, 에이해브는 생각했다.


에이해브는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오른 포경선의 선장이다.

그는 오직 복수심 하나만을 생각하고 있으며, 흔히 알려진 대로 향유고래가 출몰하는 지역과 그 시기에 어긋남에도 출항하였다. 한 마디로 시의적절하지 않음에도 일찍 출발한 것이다. 혹시 모를, 모비 딕이 어떤 상황에 닥쳐 원래 출몰하지 않는 지역이나, 때 아닌 때에 나타나는 일말의 우연조차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3년을 예정하고 출발한 항해지만 어쩌면 3년 동안 모비 딕을 못 만날 수도 있다.

계획대로 모비 딕이 출몰하는 적도에 도착한다 해도 이미 그때는 시기 상 향유고래가 그 지역을 떠나 어디론가 여행을 하고 있을 시기이다.

그럼에도 에이해브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선원들을 태우고 항해를 시작했다.


에이해브가 선장이지만 일등, 이등, 삼등 항해사와 작살잡이등 선원들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원들의 입에선 불평과 불만이 나올 것이 분명하며, 그러다가 이내 선장의 명령과 지시에 따르지 않을 확률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에이해브는 그런 선원들을 생각하며 인간의 본질적인 천성이 바로 천박함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즉, 선원들이 힘든 일인 고래잡이를 하는 일 또한 인간의 본능적인 그 천박함. 바로 돈 때문인 것이므로.

인간의 본질적인 천박한 천성

에이해브의 생각대로 인간은 돈 앞에서 천박한 천성을 드러낸다.

조정래 작가님의 최신작 <황금 종이>에서도 볼 수 있듯 돈을 둘러싸고 인간은 마치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처럼 더럽고 추악한 속성을 드러낸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우리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도대체 인간이 돈 때문에 천박해지는 데에는 돈이 먼저인가 자본주의가 된 사회가 먼저인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 것과 같은 문제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가 된 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생존의 문제였다.

그랬던 인간에게서 욕심이라는 것이 플러스가 된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계층에 따른 지배의 구조가 아닐까.

하지만 이 또한 나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이 하늘아래 평등하다는 것은 인문학적인 요소에서는 당연한 이치이겠지만 사회학적으로 본다면 분명 상하 지배계층은 필요한 것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수많은 전쟁을 볼 때 그것은 모두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경쟁구도는 성장이라는 목적을 위해 필요요소이긴 하지만 문제는 과해졌다는 것이다.

그런 역사를 거슬러 인간이란 존재는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이 가져야 했고, 더 많이 가질수록 더 큰 것을 원했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부유함이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에이해브 선장이 생각한 인간의 본성적인 천박함이 아닐까.



천박함을 벗어날 순 없을까

젊은 날엔 성공이 오직 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사회적인 심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성공을 알려준다면서 결국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성공하는 법도 가지가지다.

그들(성공한 이들)의 마인드를 배우는 것은 자기 계발이기도 하지만 나는 인문학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런 것들(마인드 셋)과 적당히 믹스해 가며 결과적으로 이렇게 하면 월 얼마를 벌 수 있다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책은 자기 계발도 인문학도, 이도저도 아닌 미끼로밖에 안 보인다.

결국은 그런 책을 쓴 저자 당사자가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스토리다.

그래서 나는 자기 계발서를 선택할 때 인문학적 요소가 짙은 책을 선호한다.

남들은 다 읽었다는데 나만 안 읽은 자기 계발서가 수두룩하다.


우리에게 돈은 필요하지만 돈이라는 말 자체를 입에 올리자면 왠지 돈돈거리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된다.

나는 굳이 돈 앞에서 우리 스스로 자세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돈은 필요하다.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임이 분명하다.

그 사실을 인정하되 돈 앞에서 천박해지지 않을 내면성장에 더 집중해야 한다.


에이해브가 이끄는 포경선에 탄 선원들이 돈 앞에서 한 마리의 야수처럼 침을 질질 흘리는 인간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에이해브가 인간의 천박한 본성을 돈에 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돈이라고 콕 짚어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보상' '수입'등 돈을 생각할법한 단어들이 나온다.)

모비 딕에서 유일하게 고래잡이를 즐기는 자가 주인공인 이슈마엘이다.

그는 다른 선원들과 다르게 돈 앞에서 천박함을 나타내지 않는다. 고래를 잡고 싶을 뿐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런 그가 돈을 탐하지 않는다고 해서 고래잡이 수당을 못 받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진정으로 즐기면서 고래를 잡으면 이슈마엘 또한 다른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벌 게 된다.

돈 앞에서 천박해지지 않으려면 우선순위에 돈을 두지 말아야 한다.



한 때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돈이었던 오랜 시간이 있었다.

20대부터 쭉 이어져온 돈에 대한 갈증은 아이를 낳고도 계속되었다.

누구나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단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갖게 해주고 싶다.

유행하는 육아템은 모조리 있어야 했고, 좋다고 하는 주방도구는 다 갖추어야 했으며, 집도 차도 남들 보기에 부러워할 만해야만 했다.

딱히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나름 만족하며 살았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쇼핑을 하기도 했고, 누군가를 만나면 당연히 내가 지갑을 여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사고 또 사서 뜯지도 않은 새 제품 들은 나눔을 하기도 했다.

나는 돈 1원도 벌지 않는 전업주부였고, 남편은 나의 사치를 감당하느라 그야말로 쎄가 빠지고 있었다.


지금에야 생각하지만 어쩜 그토록 바보 같은 삶을 살았을까.

나를 기준으로 둘러싼 인연들은 각자 자랑하기 바빴고, 자랑거리가 뜸할 땐 수다의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남편이 신형으로 차를 바꿔줬어"

"나는 이번에 집을 짓기로 했어"

"얼마 전에 남편이 오픈런으로 갖고 싶은 가방을 사 왔어"

누구하나 본인의 능력이라곤 없었다.

모두 남편의 재력이었고 결과적으로 누가누가 시집을 더 잘갔나 내기하는 형국이었다.

이 무슨 고리타분하고 옛스러운 놀이인가.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천박함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줄곧 나는 남편의 능력이 아닌 내 능력을 갖추고 싶었다.

이제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나는 책에서 수많은 스승을 만났으며, 철학서를 읽을 때마다 깊은 회한을 느꼈다.

예전의 내가 부의 목적을 이기성에 두었다면 이제 이타성으로 눈을 돌린다.

순수하게 내 능력으로 이타적인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부자를 꿈꾸지만 이젠 진정한 부자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더 이상 나의 본성은 천박하지 않다.

여전히 부자의 마인드로 세팅을 하고 실행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마음에 깔린 베이스가 바뀌었다.

포경선의 선원들과는 다르게 에이해브가 나를 천박하게 보지 않도록 이슈마엘처럼 오직 꿈을 이루기 위해 포경선에 오를 것이다.

그렇게 나도 나만의  모비 딕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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