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휘 Feb 16. 2024

You don't know until you try.

나에게 거는 주문


나는 언제나 읽고 쓰기를 꿈꾼다.

물론 책은 어릴 때부터 읽기를 좋아해서 어느덧 30년이 넘도록 책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도서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이 글은 연재를 결심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주문 같은 것이다.

주문을 걸 법도 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일 년만인듯하니.



생각하고 또 하면서 종국에야 결심한 주제는 책과 관련된 것이었다.

혼자서는 능력이 안되어 책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숟가락 하나 얹어보자는 마음인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날 도와주렴.

20대에도 30대에도 책은 늘 읽었지만 사실 그때의 나에게 책이란 오직 소설이었다.

고전소설이나 현대문학 중에서도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었고 전작 읽기를 좋아했다.

나를 소설의 세계로 이끈 것은 작은 아씨들도 아니고 빨강머리 앤도 아니었다.

신경숙 작가님의 <외딴 방>이었다. 당시 그 책은 나에게 충격이었고, 그 충격이 너무도 강렬해 '아 소설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신경숙 작가님의 작품을 모두 읽었다. 9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던 대작가님들이 있다. 박완서, 은희경, 공지영, 신경숙, 노희경, 양귀자, 황석영 작가님 등등등..

나는 그들에게 빠져들었고, 나도 언젠가 그렇듯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나는 그저 읽는 것에만 집중했다.

한 번 읽은 책은 아무리 좋았어도 두 번은 읽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읽은 책은 끝도 없었다.

필사라는 존재 자체도 몰랐다. 독서법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냥 책이 아니라 스토리가 좋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보다 책으로 스토리 읽는 것을 더 좋아했으니 나는 책을 좋아한 걸까.


아이를 낳고부터 내 책 읽기를 소홀히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쳤고 내 책을 읽을 시간에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바빴다.

태교가 끝남과 동시에 내 책 읽기도 끝이 났다.

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는 육아서를 읽기 바빴다.

책을 읽으며 메모를 한 것은 육아서가 처음이었지 싶다.


나는 책을 절대 빌려보지 않는다. 언제나 내가 읽은 책은 나의 책장 속에 들어가야 했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재독을 대비했지만 한 번도 재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나의 책들.

거실 한 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책장 속 내 책들은 점점 아이의 책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내 책은 어느새 노끈에 묶이거나 박스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았다. 매일 몰입했던 것 같다. 그림책을 잘 읽어주기 위한 공부를 끊임없이 하면서 독서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스토리 읽기에 급급했는데, 아... 어쩐지 제목만 생각나고 내용이 생각 안나는 책이 많더라니... 그렇게 나는 책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야말로 꿀같이 달았다.

하지만 책을 보는 시간보다 밀린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흔히 알고 있듯 공허함을 안겨줄 뿐 일상은 그저 무료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결국 나는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를 찾기 시작했다.

집중할 무언가가, 그 무언가가 이왕이면 티클만큼이라도 쌓이는 일이었으면 했다.

tv처럼 단비 같은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는 것이 아닌 것.

내 생의 알고리즘은 나를 필사로 이끌었다.

호기롭게 책 한 권을 전체 필사해 보자며 덤볐다.

원래 초보자가 무서운 법이니까.

내가 첫 필사로 선택한 책은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였다.

나는 신경숙작가의 문장이 너무 좋았던 사람이라 그녀의 문장을 따라 할 수 있다면 책 한 권쯤이야...라고 생각했다. 결국 노트 3쪽을 하다가 포기했다. 너무 두꺼운 책이었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만난 필사모임에서 나는 인생을 바꿔줄 문장들을 부지기수로 만났다.

그 문장이 좋아서 그 책을 사서 읽었고, 더 많은 문장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읽는 책마다 (자기 계발서는 빼고) 좋은 문장은 반드시 필사를 하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놓치지 않을 거야~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들이지만 사실 기억하는 문장들이 없다.

부러 외우지도 않았지만 외운다고 될 일도 아닌 듯싶었다.

그 문장을 자연스럽게 인용문으로 쓰려면 완전히 외우거나 매일 들여다보거나.

하지만 만나는 문장이 한두 개도 아니고 그건 무리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법은 좋은 문장을 만나 필사를 한 후에 그 문장에 이어 나의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마치 그 문장도 내가 만든 것처럼.


그러다 보면 어설프게나마 작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맛을 알게 되면 어떻게든 글을 쓰게 될까 봐


내가 쓴 글과 작가의 글을 보는 재미도 있고, 나의 글솜씨를 적나라하게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기에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결국은 해보기로 한다.

You don't know until you try.

요즘 내가 꽂힌 문장이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실행에 대한 말이다.

최재천 교수님이 미국유학시절에 친구에게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언제나 읽고 쓰는 삶을 위해선 실행해야 한다.

시간을 할애해 책을 읽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시간을 투자해 글을 써야 한다.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두려운 나는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지만 지금 이렇게 용기 내어 문장을 만날 준비를 끝낸다.


여전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따로 준비해야 하지만 예전만큼 육아서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아이는 더 이상 유치원생이 아니다.

그러니 나에게는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문장을 이어쓰기할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try it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은 없지만 자신 있는 척이라도 해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곧 자신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주문이 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