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휘 May 13. 2024

뭉찬 하나 보려고 넷플 결제한다

도전과 성장

자기 자신도 못 이기면서 남을 어떻게 이겨?


축구를 좋아하지만 마니아라고 할 순 없다.

2002년 월드컵 그 뜨거운 열기에 축구를 안 좋아해도 휩쓸리지 않을 재간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은 없었고, 나도 그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야구는 마니아라고 말할 수 있었다, 20대의 절반은 잠실구장에서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경기를 보러 다니고 좋아하는 선수가 분명히 있었다.

반면 축구는 2002년 거리응원과 맥주집에서 경기를 보며 다 같이 응원하는 동질감에 승패만 중요할 뿐 어떤 선수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안정환은 누구에게나 호감 가는 그야말로 잘생긴 선수였지만 반지세리머니로 마음에서 접었다. ㅋㅋㅋ

(그가 싱글이었다면 더 좋아했을 수도 있다는 이상한 관점이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이 끝남과 동시에 20년이 넘도록 축구에 열광한 적이 없다.


그러다가 뭉쳐야 찬다라는 프로그램에 조기축구 감독으로 안정환이 등장했다.

조기축구라니. 월드컵도 안 보는데 조축을 본다고? 내가?

그것도 선수들은 모두 처음 보는 낯선 스포츠의 국대들이다.

그냥 호기심에 첫 방송을 봤다.

지금 시즌3까지 단 1회도 안 빠트리고 보고 있다.

오직 뭉찬을 보기 위해서 매달 넷플릭스를 결제한다.


무엇에 열광하는가

시작은 아는 이름 안정환 하나였으나 회가 거듭할수록 나는 안정환을 그저 잘생긴 축구선수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는 완전히 물 만난 고기처럼 전술이면 전술, 마인드면 마인드 그 어느 하나도 뒤처지지 않을 능력자였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잘할 순 없다. 안감독은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잘하게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점점 각성하는 선수들의 실력들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줄줄 나온다.

선수교체할 때의 안감독의 선택은 마치 짜인 각본처럼 성과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진정 리더의 덕목이 아닌가 싶었다.

안감독이 유능한 리더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지독하게 자신에게 철저했기 때문이다.

선수시절에도 그의 실력은 잘생긴 외모에 묻히지 않았다. 실력도 좋은데 잘생기기까지 한 것이다.

그가 마냥 잘 생기기만 했었더라면 내가 뭉찬에 열광할리가 없다.

보여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보는 것이다.



인풋은 반드시 아웃풋이 되어야 한다.

열심히 연습하고 실력을 쌓고 시간을 견디며 인풋을 쌓는다고 전부 아웃풋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잘못된 방향의 인풋을 쌓거나, 맞지 않는 인풋을 쌓거나, 제대로 쌓지 않았거나, 아웃풋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제대로 된 인풋을 쌓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제대로 된 인풋인지 구별가능한 능력은 경험이다.

리더의 자질은 책으로 배운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겪으며 알게 되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안감독이 선수들의 고달픔을 이해하는 건 그가 먼저 가본 길이기 때문이리라.

얼굴마담이 아니라 진짜 끌고 가는 리더인 것이다.

아웃풋이 되지 않는 인풋은 시간만 낭비하는 격이 된다. 그러므로 인풋을 쌓을 때에는 미리 아웃풋을 상상하며 쌓아야 한다. 하다 보면 아웃풋이 되겠지가 아닌 것이다. 순서를 바꿔야 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도전은 성장하게 만든다

선수들을 보면 그들은 축구를 취미로 하거나 어릴 때 배워봤거나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첫 번째의 조건이 된다.

어떤 일이든 좋아하지 않으면 계속할 수가 없는 법이다.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잘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것은 욕심이 아니라 도전이고 성장이다.

몇 년의 인풋을 쌓은 안정환호 어쩌다 벤저스는 이제 제법 무서운 군단이 되었다.

여전히 프로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부족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성장은 끊임없는 도전에서 이루어졌다.

전국 도장 깨기를 시작으로 서울 축구대회, 그리고 이제 세계에 도전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성장의 발판은 안감독이 만든다. 그들을 자꾸 더 큰 곳으로 이끌고 가서 실패를 경험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한껏 성장하는 개인과 팀을 느끼게 만든다.

개인의 스킬이나 피지컬에만 집중한다면 팀 스포트인 축구를 하는데 그다지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연습은 개인연습이고 팀이 다 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상대를 만나 자꾸 부딪혀보는 것이다.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것을 자꾸 각인시켜 준다. 세상은 넓고 상대할 팀은 무수히 많은 것이다.

나는 안감독의 그런 도전정신을 정말 좋아하고 미치도록 응원한다.



내가 뭉찬을 못 참는 이유


원래 모든 스포츠는 드라마보다 더 큰 감동과 반전이 있는 법이지만 단연 축구를 따라올 스포츠는 없다고 본다. 야구에서도 9회 말 투아웃이 있듯, 축구에도 후반 종료 1,2분 전에 승부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가 말해주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어"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승부는 30초 안에서도 이루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인생명언은 "결국에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만약 좋지 않다면 그것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다.

물론 축구경기 하나에서는 승패로 끝을 판단할 수는 없다.

정해진 시간이니 끝이 승리가 아니라 패배여도 그 끝이 좋지 않다고 말할 수없다.

졌지만 이긴 것 같은 경기과정도 있고, 이겼지만 운이 좋아 이긴 경우도 있다.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에 결국 끝이 좋을 거라는 것은 어떤 보이는 성과나 결과물이 아니다.

만약 좋지 않다면 그것은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계속 도전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끝이 좋다고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결국엔 잘 될 거니까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릿일 뿐이다.


뭉찬을 보며 동기부여를 많이 받는다.

100세 인생이라치고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고 볼 때 가끔은 남은 50년이 너무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50년 동안 무엇에 열광할 것인지, 무엇에 도전할 것인지 아직 불확실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그런 면에서 첫 번째의 조건을 이미 달성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찾기

그러므로 나의 인풋은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쌓일 것이고 성장할 것이다.

그것이 아웃풋으로 나온다면 나는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끝을 보리라.


어쩌다 벤저스도, 안감독도, 나도 열렬히 응원한다.

축구를 사랑하게 해 준 뭉찬. 오직 이 프로그램 하나를 보기 위해 나는 매월 넷플릭스를 결제한다.




이전 08화 홀로 된다는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