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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휘 May 21. 2024

연재를 못했어요

죄송합니다.(머리 콩콩 쥐박)

"헐, 헐, 헐......"

오늘이 화요일이란다. 그러니까 어제가 월요일이었단 말이지?

미쳤다 미쳤어, 그렇다면 나는 어제 브런치에 연재했어야 하는 거였네?


잠시 멍..... 생각에 잠긴다.

미루고 미루다 저녁에 쓴 적은 있었어도 한 번도 요일을 어긴 적은 없었는데 어제는 왜 그랬을까 생각 중이다.

결국 내 나이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것이 아니라 그냥 늙은 것일까?

아니면 내 머리에 지우개라도 생기는 중인가?

그도 아니면 그냥 알면서도 모른척했던가?

아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요일을 정하고 연재를 한다는 것은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몇 안되더라도 그래도 내 글을 봐주시는 독자님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나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아니다.


이런 사고를 치고 나니 그제야 김익한 교수님이 매일 밤 하루를 영화처럼 돌려봐야 한다는 그 말이 확 와닿는다. 

매일 열심히 하루를 산다. 어쩌면 너무 집중하다 보니 다른 하나는 놓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며칠 내내 정확히 말하면 주말부터 딴 3일 동안 나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빠져있었다.

매일 책을 읽지만 한 권의 책으로 3,4일 동안 생각하고 정리하고 공부한 적은 이방인이 처음이었다.

마치 시험을 치르듯이 치열하게 메모하고 정리하고 요약하고 기록으로 남기면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으려고 했다. 

뫼르소와 카뮈만 생각하면서 처음엔 책을 읽으면서 끼적이던 나의 막노트와 완독 후에 전혀 지식이 없어 해설하는 영상 네다섯 편을 보며 적은 필기노트를 보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작품해설 노트가 필요해 보여 노트를 하나 새로 만들고 거기에 첫 작품으로 <이방인>을 기록했다. 내가 원래 쓰던 독서노트에는 더 짧게 요약정리를 했고, 극단적 요약의 최후의 수단인 만능카드 단 2장에 <이방인>을 정리요약했다.


요약이 힘든 건 알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니 진이 쏙 빠졌다.

뿌듯함과 동시에 뭔가 해낸 것 같은 성취감에 도취되었다. 전조가 보였던 생리가 터졌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생리통에 10살 아들이 가져다주는 타이레놀과 물을 침대에서 받아먹으며 누웠다.

배에는 찜질팩을 올려두고. 평소 하던 잠자리 독서도 못해주었다. 대신 아들이 책을 읽어주었고, 나는 어느샌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엄마 오늘 화요일이야, 방과 후 젤 늦게 끝나는 거 알지?" 매일 아침 하루 일과를 보고하는 피터팬의 말에 "어? 오늘 화요일이라고?"가 된 거다.

여기까지가 내가 어제 하루를 돌려본 전부다.

그래서 매일매일 그날의 일과를 영화처럼 돌려보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지금 나는 만나는 중이다.


핑계와 변명이지만 그래도 내가 요즘 이방인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을 뿐, 늙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붙잡고 싶은가 보다.

그래도 약속을 어긴 건 어긴 거다 

아무리 <이방인>이 아니라 이방인 할아버지가 나를 며칠 동안 따라다녔다 해도 예전의 나였으면 절대 월요일 연재를 놓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내가 늙은 것 같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야겠다.

이건 아닌 것 같다. 뭔가 체계적인 글쓰기가 필요하다.

저의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립니다.

제가 어제 연재일을 못 지켰어요 ㅜ죄송합니다.

정신 차리고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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