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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두 가지

변덕과 약속

by 그레이스웬디

나를 알아가려 할 때 제일 먼저 묻게 되는 두 가지.

하나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무엇을 싫어하는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쓸 때는 신이 나는데 싫어하는 걸 써보려 하니 자꾸 생각이 멈춘다.

나는 무엇을 싫어하지? 더 깊이 생각해보니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왜 이렇게 싫은 게 많아?

그래서 미운 사람을 생각할 때도 단점보단 장점을 찾아 써보라고 하는 가보다.

단점은 너무도 찾기 쉽고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도대체 무엇을 싫어하는고 하니 참 많은 것들 중 몇 가지,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변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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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덕이 심하지 않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내 성격이랑 맞지 않는다.

한 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야 하고, 하기로 했으면 해야 한다.

그런데 변덕이 심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가볍게 생각하는 듯보인다. 이렇게 할까? 했다가 아니다 이게 좋겠어 라며 금방 변덕을 부린다. 그건 선택 장애와는 엄연히 다르다.

혼자 해야 하는 일에서 변덕을 부린다면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문제는 함께 할 때다.

본인은 그게 익숙할지 몰라도 나처럼 변덕에 적응되지 않은 사람은 그런 변덕을 만났을 때, 인간관계 자체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인간이랑 계속 인연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변덕을 부리는 건 러브라인에서 부리는 앙탈 정도가 아니다. 한 사람의 변덕으로 플랜이 꼬일 수도 있고, 일정이 무너질 수도 있다.


나는 그렇듯 변덕이 심한 사람을 자주 만나보진 않았는데, 지금도 내 주변에 그렇게 변덕이 심한 사람이 한 명 있다. 나는 걔가 참 좋은데 변덕을 보일 때마다 사실 더는 만나고 싶어지지 않는다.

기다림에 지쳤다고나 할까. 약속을 깨는 것과는 성질이 다르다. 변덕이 심한 건 그저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잘못됨 조차도 모르고 쓸데없는 고집도 포함된 것이다.

그런 사람은 상대를 피곤하게 한다. 질질 끌려다니다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은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며 어떨 땐 농락을 당한 기분마저 들 만큼 매우 불쾌한 것이다.


사람이 한결같을 순 없겠지만, 변덕이 심한 것은 지조가 없음과도 일맥상통한다.

갈대보다 더 나폴대는 그 변덕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두 번째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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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않는 약속은 함께 한 사람을 허망하게 만든다. 대체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지?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뱉어놓은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면 뒤통수가 따끔거린다.

나와의 약속이든, 둘과의 약속이든, 단체와의 약속이든.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욕할 사람이 하나도 없는 약속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게 약속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소하게 생각하며 지키지 않으면서도 약속을 하는 이들이 있다.

왜 그걸 약속하지? 못 지킬 것 같으면 그냥 변명이든 핑계든 할 수 있는 여지라도 남겨두지, 뭐하러 쓸데없이 손가락을 건다는 말인가.

외부요인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못 지키게 되는 약속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약속이란 먼저 자신의 마음이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는 뜻이다.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약속을 한 것일 텐데, 그걸 지키지 못할 상황이라는 건 대체 어떤 경우지?

약속을 깨는 건 마음 상태의 습관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는 것이다. 별것 아니라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속을 쉽게 여기는 것이다.

약속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가정교육 리스트에 약속도 꼭 포함시킨다.

정작 본인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약속을 가르친다. 이런 모순이 먹힐까?

나는 약속을 딱 3번까지 봐준다. 3번 약속을 깨는 사람은 삼진아웃이다. 안 보면 그만이다.

물론 매우 가벼운 약속들. 예를 들어 몇 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일정을 잘못 알아서 취소하는 경우나 시간을 미루거나 주기로 했던 물건이 정말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거나 등등의 정말 소소한 약속들은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속은 상대의 시간과 마음의 에너지에 대한 책임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것을 깨버리는 건 내 맘대로 상대의 마음을 주무르는 것과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게 신조가 되어야 한다. 요즘 우리는 너무도 쉽게 약속을 하고 약속을 깬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많아지면 이 세상에 가득 찬 불신이 불안이 될 테고,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행복하게 산다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약속을 가르치는 이유다.


나는 사실 한결같음을 좋아한다.

그래서 단골 문화를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급변하는 시대에 내가 부적응 자일 수도 있다.

한결같음은 곧 의리다. 너무 쉽게, 자주 변하는 것은 상가에 입점하는 매장들로 충분하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말아야지. 오늘 생겼다 사라지는 가게처럼 금방 이랬다 저랬다 하는 가벼움은 장착하지 말자. 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자.

그 사이에서 더 돈독해지는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우리도 세상 살 맛 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사는 세상 아니니까 말이다.

인간관계의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상처받고 괴로워한다.

수많은 변덕과 수없이 깨지는 약속들 속에서 말이다.


한 줄 요약 : 그러니까 변덕도 정도껏 부리고, 약속은 꼭 지키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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