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오늘도
어제를 정리해본다.
그리고 언제나 잠자리에 들기 전, 나를 토닥이며 하는 말.
수고했어, 오늘도.
매일 새벽 4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다시 시작한 미라클 모닝이 솔직히 2년 전 처음 시작할 때만큼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도 계속한다. 습관이 들 때까지.
아직은 알람이 울리면 일어났다가 다시 잠드는 날도 가끔 있다.
어젯밤에는 폰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잤다. 알람이 울리면 침대에서 기필코 일어나 걸어가서 꺼야 하는 위치다. 나의 경험상 침대 밖으로 몸이 빠져나오면, 웬만해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 방법은 <미라클 모닝 밀리어네어>에서 터득했다.
하루가 시작되었다.
요가매트를 펴고 명상과 요가를 한다. 마치면 6시. (오늘은 글쓰기를 먼저 한다.)
주방으로 나가 뜨겁게 차를 끓여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가장 먼저 하는 일, 브런치에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시간을 그동안 꽤나 옮겨가며 테스트를 했는데, 하루를 시작하며 글쓰기를 마치면 무척 개운함과 가벼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가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흘러간다.
어떤 날은 글을 쓰는데 40분, 어떤 날은 1시간 30분도 걸린다.
글쓰기를 마치고 시계를 본 다음, 독서를 한다. 두 번째 알람 8시가 될 때까지.
8시. 아들을 깨운다, 일찍 잠든 날은 7시 30분쯤 스스로 깨어 30분 정도 뒹굴거리지만, 늦게 자는 날엔 여지없이 8시에 내가 깨울 때까지 잔다.
밥을 먹이고 어떤 날은 굶겨서 8시 40분 집에서 나간다. 50분까지 등교를 마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시간쯤 걷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하면서도 커피를 사 들고 곧장 집으로 온다.
읽을 책이 많다. 써야 할 서평이 많다.
시간을 보통 잡아먹는 일이 아니다. 걷는 시간을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다시 책상에 앉는다.
되도록 오전 중에 꼭 해야 할 일들을 끝내고 싶다.
9시 조금 넘은 시각부터 부지런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면, 어떤 날은 12시 어떤 날은 1시 30분이 되기도 한다. 책에 따라 당연히 쓰는 시간도 제멋대로다.
배가 고프다. 어제는 서평을 쓰는데 시간을 많이 단축시켜서 12시 30분에 끝났다.
점심을 먹는다. 미역국을 면기에 가득 담고 밥과 구운 굴비로 간단한 상을 차려 먹는다.
넷플릭스에서 다시 보기를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점심을 먹는다. 가끔은 맥주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틀어놓은 넷플릭스는 금방 끄기 쉽지 않다. 그래서 어제는 TV를 틀어놓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며 왔다 갔다 몸을 썼다.
시간을 보니 2시. 아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 엄마, 나 다 끝났어." 방과 후 수업이 없는 수요일은 2시쯤 하교를 한다.
"응 아들~ 이제 피아노로 가야지?"
"응, 나 지금 피아노로 가면서 엄마한테 전화하는 거야."
"옳지 착한 아들, 태권도 끝나면 전화해~"
태권도를 마지막으로 아들이 집으로 돌아올 시간은 5시.
2시 30분. 어제는 낮잠을 잤다. 며칠 동안 줄곧 4시간밖에 못 잔 터라 잠이 쏟아졌다.
미라클 모닝을 하려면 미라클 나잇도 해야 하는데, 요즘 취침시간이 자꾸 늦어졌다.
밤 10시에는 자야 미라클 모닝을 해도 하루가 피곤하지 않은데.... 매일 다짐을 하는데 눈뜨는 것보다 눈을 감는 게 더 힘이 든다.
오후 5시. 2시간 동안 아주 푹 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 푹잠 때문에 오늘 밤은 10시 취침은 물 건너갔구나 생각한다. 몸은 개운한데, 유혹을 이기지 못해 일을 저지른 사람처럼 찝찌름하다.
저녁 준비를 한다. 에어팟을 끼고 영어강의를 듣는다.
어제 들은 수업은 과거분사 수동태였다. 끝나는 느낌의 en, ed. 기억하기 쉽게 end.
end 자체가 끝이라는 의미가 있는 이 신기방기한 우연을 찾아내는 쌤.
그렇다면, 언제 en을 붙이고 언제 ed를 붙일까.
태초의 것, 아주 오래된 것들에는 en을 붙인다. 먹고 싸고 자고 하던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은 인류 역사에도 태초니까. 그런 태초적이고 원시적인 것들에는 en을 붙이면 된다. 태초엔 규칙이 없었으니까.
예를 들면, broken, fallen, eaten. 등등. 대체로 그러면 된다는 것이다.
ed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들에 붙이면 된다. 예를 들어 검색하다는 말은 인류가 발달하면서 기술들이 생기면서 어떤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뒤에 나온 말이니까 googled, developed 등등.
어김없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수업이다.
아들은 6시 40분 온니원 학습 전화 코칭 있는 날. 짧게 통화하고 그날의 학습을 한다.
스스로 오늘의 학습을 다 하고 나면 7시 30분. 목욕을 시킨다. 어제는 구월이도 시켰다.
욕조에서 첨벙거리며 놀다가 목욕을 다 하고 나오면 8시 30분.
이제 방으로 들어가 노부영 원서 읽기를 시작한다. 엄마표 영어를 하는 시간. 하지만 언제나 아이표 영어가 된다. 리딩 영상 찍고, 짧은 책 음독하고, 집중 듣기 하고, 9시 30분.
감사일기를 쓰고 잠자리 독서를 한다. 매일 이렇게밖에 시간이 안돼서 9시에 취침은 유치원 졸업과 동시에 강제 졸업했다. 책도 한 권밖에 못 읽는다. 요즘은 읽기에 재미를 들려서 혼자 소리 내어 읽고 있는데 그러니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책 한 권 읽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말놀이를 하고 나면 10시 30분.
모든 불을 끄고 아들은 잠에 든다.
나는 블로그 댓글도 달고, 그제야 미처 못했던 소통들을 잠시 한다. 아 맞다, 하며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갠다.
어제는 12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아~~~ 낮잠을 잤더니 역시 하루가 짧다. 그 시간에 그림책 리뷰를 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도 잠시. 이내 나를 두 팔로 꽈악 안아준다.
"수고했어, 오늘도. 잘 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