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주는 선물은 엄마와의 시간이다.
내가 크리스마스를 두 배로 즐기는 방법은 아이와 함께 파티 테이블을 준비하는 것이다.
2022년 크리스마스를 열흘 앞두고 있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인데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파티를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이래 봬도 모태신앙에다가, 그래서 초, 중, 고를 엄마의 뜻에 따라 기독교 재단 사립학교를 다녔다. 어릴 때 엄마를 따라 그냥 다니던 교회에서 크리스마스이브날 밤은 매년 축제였고, 기독교 학교를 다닌 덕분에 크리스마스 시즌엔 학교에서도 파티를 했던 기억이 어린 날 나의 기억 속에 큰 행복으로 자리 잡았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예쁜 옷을 입고, 엄마 아빠와 친구들을 다 같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어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어도 크리스마스는 왠지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이 이렇게 중년이 되어서도 유효한 걸 보면 꽤나 컸던 모양이다.
그때의 그 기분을 내 아들은 느낄 수 없다.
엄마가 교회를 다니지 않으므로, 교회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경험한 기억이 없다.
때론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교회를 다녀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어린 시절 나는 산타의 선물보다도 그 축제 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기분을 행복한 느낌으로 전달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크리스마스 파티상을 준비하는 것밖에 없었다.
4살 때부터 항상 매년 크리스마스는 외식을 하는 것도 아닌, 집에서 엄마와 함께 파티 음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내 아들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지내왔다.
나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내가 요리를 할 때엔 아들도 할 수 있는 일을 시키면서 주방에서 함께 했다.
생크림을 휩하거나, 달걀물을 푸는 정도는 5살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물론 제대로 하긴 힘들지만 함께 요리를 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평소에도 자주 주방에 아들을 불러 함께 하곤 하지만, 크리스마스엔 아들이 스스로 달려온다.
함께 만들어가며 파티를 준비하면 크리스마스를 더없이 포근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다.
특별한 요리 활동
모든 파티 테이블의 메뉴는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크리스마스에만 딱 그날 파티상에만 준비해야 하는 메뉴들이 있다.
어렵지도 않고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나, 크리스마스에만 어울리는 디저트들은 아이와 함께 만들기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딸기 한 가지로 두 가지의 디저트를 만들어 본다.
산타와 루돌프 만들기. 아이들에게 산타와 루돌프면 게임 끝이다.
거하게 상을 차리지 않아도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산타와 루돌프 딸기만 있으면, 그날이 바로 아이들에겐 가장 좋은 크리스마스의 기억이 될 정도로 좋아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도 이 요리활동은 신이 난다.
산타 딸기 만들기
딸기 꼭지를 자르고 뾰족한 부분이 산타의 모자가 되도록 1/3 정도로 딸기를 자른다.
생크림을 휘핑해서 최대한 꾸덕한 농도로 만들고 딸기를 자른 몸통 부분에 생크림을 올린다.
생크림 위에 산타 모자가 될 부분의 딸기를 올리고 모자 방울도 생크림으로 콕 찍어 올린다.
산타의 눈은 검은깨를 핀셋으로 붙인다. 핀셋이 없으면 이쑤시개 끝을 물에 살짝 찍어 깨를 집으면 된다.
산타의 몸통은 슬라이스 치즈를 리본 모양으로 자르고 리본 중간에 검은깨를 박아 붙이면 더 예쁜 산타가 된다. 귀찮으면 패스 ㅎㅎㅎ
루돌프 산타 만들기
루돌프는 초코가 삐뚤빼뚤 박힌 빼빼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M&M 초콜릿과 녹인 초콜릿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초코펜이 나와서 훨씬 편하긴 하다.
초콜릿 과자로 루돌프 귀를 만들고 초코펜으로 눈과 입 주변을 만들고 M&M 초콜릿 빨간색으로 입을 붙여주면 끝. 아이는 초코펜 조절을 못해 엉망으로 만들지만, 루돌프가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아이에게는 엄마와 함께 만드는 자체로 일등이니까.
과일 꼬치도 아이와 함께 하나씩 끼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냅킨을 예쁘게 접고 장식을 끼우면서도 재잘재잘 이야기할 수 있다.
리스 샐러드와 트리 샐러드 만들기
크리스마스라면 리스를 빼놓을 수가 없다.
정말 간단하고 쉽지만 아이랑 만들기 좋은 메뉴다.
삶은 감자와 고구마 또는 삶은 계란을 섞어서 으깨준다. 이것 하나면 리스와 트리 모두 만들 수 있다.
적당한 접시에 감자 베이스를 도톰하게 펼쳐준다. 리스는 도넛 형태로, 트리는 트리 모양으로.
나는 이것을 위해 트리 모양의 접시를 샀다. 아이가 트리 만들기를 너무 좋아해서 ㅎㅎㅎ
리스는 감자 베이스에 샐러드 야채들을 취향껏 둘러주고 과일이든 견과류든 원하는 대로 콕콕 박아주며 모양을 내면 된다.
트리에는 데친 브로콜리가 꼭 필요하다. 방울토마토와 브로콜리로 트리를 만드는 과정이 아이들에겐 엄청 재밌고 신나는 일이다.
이제 중년이 된 우리들은 아이가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낀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되기 전과 엄마가 된 후로 나눌 수 있다.
나만의 크리스마스도, 아이를 위한 크리스마스도 그 나름대로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
아이가 클수록 나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가 줄어들 것이므로, 어릴 때 되도록 빼놓지 않고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 상차림을 하려 한다.
우리 집의 하나의 루틴이라고 주입시키고 싶다.
그래서 아이가 크면서도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어쩌면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파티상은 함께 준비하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엄마가 차려준 상이 아닌, 엄마와 내가 함께 차린 파티상.
그렇다면 아이는 그날의 크리스마스가 두 배로 행복하지 않을까?
한 줄 요약 : 크리스마스를 두 배로 즐기는 방법은 아이와 함께 파티 상차림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