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역사, 불안의 방어

노년기 저장 습관

by 진주

우리는 왜 낡은 비닐봉지 하나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이 사소한 저장 습관 속에는 노년 세대가 평생 쌓아온 생존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깃들어 있다.

어르신에게 고구마의 줄기, 잎, 뿌리는 버릴 수 없는 생명의 가치 그 자체다. 그것은 과거 결핍이 남긴 풍요이자, 동시에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평생의 공포이다. 특히, 어떤 어르신이 치아가 약해지면서 텃밭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고구마순에 유달리 집착하는 모습은, 그들이 여전히 삶을 능동적으로 이어가려는 필사적인 의지를 보여준다. 서리가 내린 밭의 마지막 온기처럼, 냉동실을 가득 채운 고구마순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다. 소멸에 대한 저항이며, 다가올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고독한 의식이다. 나는 이 검소함이야말로 물건을 통해 자신이 아직 소멸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우리 시대의 가장 귀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어르신이 헌 비누와 옷가지를 서랍마다 보자기에 싸서 축적하는 행위는 때로 발 디딜 공간조차 없는 자기 방임(Self-Neglect)의 경계에 놓이기도 한다. 신체 기능의 약화, 경제 활동의 중단, 지인의 상실까지 겪는 노년의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 미래의 불확실성은 오직 손에 잡히는 물건의 물리적 부피로써만 위안을 얻는다. 물건을 쌓아둠으로써 상실한 통제력을 대신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노년기 불안감(Anxiety Reduction)의 해소 방식은 외로운 방패와 같다.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설탕 속포장지를 모아 연습장으로 만들어주셨던 기억은 내 안 깊숙이 절약의 가치를 심어주었다. 이 경험은 현재의 나에게까지 이어져, 택배 상자가 일상이 된 시대에도 깨끗한 종이봉투나 비닐을 바로 버리지 못하게 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낭비를 하면서도 유독 봉투와 비닐에 대해서만큼은 '재사용해야 한다'는 '뇌의 저장 작동'이 일어난다. 나는 이것이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단순히 '절약의 내면화'를 넘어선 심리적 습관이자 애착의 대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저장 습관이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저장 강박증(Hoarding Disorder)이나 위생 무관심, 자기 방임을 동반하는 디오게네스 증후군(Diogenes Syndrome)으로 발전했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대처의 핵심은 언제나 공감과 지지에서 시작된다. 물건을 함부로 버리거나 훈계하기보다, 우리는 어르신의 불안과 생존의 무게를 먼저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물건을 정리할 때 그들에게 결정권을 드리는 것은 존중받는다는 안정감을 높이는 행위다. 나는 이것이 물건을 버릴 때의 불안감을 완화하는 인지 연습과 더불어, 가장 효과적이고 인간적인 해결책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이 저장 강박의 스펙트럼이 세대 코호트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성찰할 필요를 느낀다. 우리 다음 세대, 즉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노년기의 소비는 생애주기 가설(Life Cycle Hypothesis)의 예측처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물건의 축적보다 경험과 웰빙(Well-being)에 가치를 두며, 노년에도 삶의 질(QOL)을 유지하기 위해 축적된 자산을 적극적으로 소비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지나친 소비 역시 사회적 괴리를 초래하는 새로운 형태의 허영이 아닌지 의문을 던진다. 마치 베블런 효과처럼, 어려운 어린 시절을 잊고 원래 부유한 사람처럼 행세하려는 물질적 추구는 결국 근원적으로 허하다. 나는 세월이 흐를수록 저장의 형태만 물질에서 경험으로 변할 뿐, 인간이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근원적인 심리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는 욕구는 변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세대의 노년기 행동을 개인의 문제나 습관이 아닌, 세대가 공유한 환경과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결핍의 역사' 또는 '풍요의 역사'로 존중하며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모두 각양각색의 개성이 있듯, 어르신들의 삶과 일상도 천태만상이다. 오늘 나는 나이 듦에도 불구하고 가족에게 부담이 되더라도, 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삶의 주체자로서의 존중, 선택과 결정권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피부로 느낀다.

이전 07화거실 방, 그 좁은 무대 위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