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라바(မင်္ဂလာပ), 다름을 잇는 마음의 길

낯선 이의 인사가 삶의 방향이 되다

by 진주


밍글라바(မင်္ဂလာပ)

“밍글라바”라는 한마디가, 내 삶을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그 인사는 어느 봄날, 물처럼 내게 흘러들어왔다.

그 인사는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You are my energy, I am your energy.” 낯선 이와 웃음을 나눌 수 있다면, 이 지구는 이미 하나다. 같은 마을에 살아도, 이름조차 모르는 이웃이 있다. 그들은 자주 ‘외국인’이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다. 아이들의 교실에선 여전히 이름 대신 피부색으로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당신의 첫인사는 어떤 말이었나요?

“밍글라바(Mingalaba).”

‘밍글라(Mingala)’는 복, 축복, 길상(吉祥)이라는 뜻의 팔리어(불교 경전 언어)에서 온 말이다. 바(ba)는 존칭이나 존중을 표현하는 어미 역할을 한다. 직역하면 “복이 있기를, 축복이 함께하기를”이라는 의미가 된다. 즉, “밍글라바”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축복과 평안을 비는 말이라서, 미얀마 사람들은 아침, 낮, 저녁 어느 때든 서로 만날 때마다 이 표현을 쓴다. 인사는 언어가 아니라 마음이었고, 그들의 눈빛은 그 어떤 사전보다 더 깊은 환영이었다. 그들의 따뜻한 눈빛처럼, 나도 조심스레 건넨 만남 하나로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문화는 '이야기' 그리고 '공감'

4월, '띤잔 축제’. 미얀마의 새해맞이 물 축제였다. 흠뻑 젖은 거리, 환한 얼굴, 낯선 음식과 익숙하지 않은 웃음들 속에 들려오는 미얀마어와 흘러나오는 음악은 감미로웠다. 그 짧은 순간, 미얀마의 향과 색, 그리고 환한 얼굴들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물감처럼 번져 들었다. 문화란 다름이 아닌 ‘살아 있는 이야기’ 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미얀마 문화의 색과 향이 내게 물들어갈 무렵, 한국에서도 그들의 문화를 만났다. 5월, 부평역 광장. 한국의 국악과 미얀마의 음악이 어깨를 맞대고 섰다. 무대 위의 젊은이들은 서로의 언어를 몰랐지만, 음악과 춤은 그들을 하나로 묶었다. 특히 방송 댄스를 따라 추는 미얀마 청년들의 웃음은, 마치 언어보다 먼저 마음을 건드리는 리듬의 힘을 보여주는 듯했다. 리듬은 언어의 벽을 가볍게 뛰어넘고,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놀이는 따뜻한 언어

8월, ‘연수 딴’. 흰 실 하나에 담긴 미얀마의 마음은 부모의 기도가 실린 사랑이었다. 나는 우리나라 장명루를 떠올렸다. 문화는 달랐지만 사랑의 마음은 너무도 닮아 있었다. 10월에는 다문화 축구대회 ‘DM.DK Myanmar Cup’이 열렸다. 경기장 옆에서는 사람들이 색색의 노끈으로 ‘친론’을 엮고 있었다.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누군가는 뛰고, 누군가는 엮으며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해 나갔다. 놀이는 언어보다 먼저 닿는, 또 다른 언어였다.

문화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임을 몸으로 느꼈다. 놀이라는 따뜻한 공감의 언어가 다름을 이해하게 했다. 이들과의 만남은 다문화 전래놀이 지도사로서 아이들과 이웃을 잇고 있다. 복지센터에서는 치매 어르신과도 전통놀이를 나눈다. 말보다 따뜻한, 몸의 언어로.

함께 지켜야 할 공동체의 얼굴

나의 다문화와의 첫 만남은 ‘밍글라바’라는 인사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 말이 내 삶의 방향이 된다. 다문화는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체의 얼굴이다. 당신 주변엔 어떤 언어를 가진 친구가 있나요?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순간, 내 안의 편견이 허물어지고 나 자신도 새롭게 열린다. 낯선 이에게 건네는 한마디, 그것이 이 사회를 지키는 가장 따뜻한 언어다. 오늘도 나는 ‘밍글라바’를 품고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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