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란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란
일상은 깃털 같은 구름이 흩어지는 하늘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처럼 평화롭지도, 고요하지도 않다.
사실, 일상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매일 옳고 그름의 판단 속에서 번뇌라고 부들거리는 나를 종종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늦잠 자려는 나와 사투를 벌여야 할 때, (물론 나도 포함해서) 실수를 한 누군가를 마주할 때, 무례한 누군가를 혹은 몰상식한 누군가를 바라봐야 할 때, 게으른 나를 다독여야 할 때나 항상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을 만날 때도, 그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부들거렸고, 인내했고 혹은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내야 했다.
감정의 원인이 다양하고 대상도 달랐지만, 그리고 일렁거리는 감정의 종류도 달랐지만, 그 감정들의 끝에는 거의 대부분 ‘화’가 있었다.
슬픔이 더해진 화, 짜증이 묻어나는 화, 걱정이 함께하는 화. 기승전‘화’의 흐름은 마치 하나의 공식처럼, 습관처럼 내게 달라붙어 있었다.
화의 배경에는 ‘옳다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항상 옳고, 옳아야 한다는 믿음. 이런 믿음은 그렇게 행동하고 사고하도록 억눌렀고, 내 기준과 다르거나 기준에 동떨어져 있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틀린 건 틀린 것이고, 다른 건 다른 것이지만 틀림과 다름은 종종 혼동된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경우에 다름은 곧 틀림이었다. 나는 언제나 옳은 사람이니까.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일수록, 잘못되는 꼴을 견딜 수 없어 할수록 마음에 여유가 사라졌다. 마치 옳고 그름의 바로미터가 된 것처럼 살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만날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감정이 화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날도 나는 옳기 때문에 네가 틀렸어 모드를 시전하며 슬슬 언성이 높아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당신이 왜 틀렸는지 어떻게 해야 옳은 것인지 말하기 전, 가만히 눈을 감고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승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가 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주문이었다.
그의 스승인 아잔 자야사로 스님이 설법 중 알려준 이 마법의 주문은,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거나 맞서게 될 때 진심으로 되뇌면 근심이 사라지게 만들 거라고 했다. 그리고 언젠가 그가 했던 것처럼 가만히 그를 따라하며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시인했다.
소리 내어 단어를 곱씹듯 세 번 말하는 동안 울컥하면서 눈물이 흘렀고, 마음은 돌덩이가 빠져나간 듯 가볍고 평온해졌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시인하는 동안, 내가 옳다는 생각도,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도 크기가 줄어들었음을 느꼈다.
물론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이란 쉽지 않다. 평생을 고수해온 신조가 무너지는 일이, 오랫동안 익숙해진 버릇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순간 오랫동안 쌓아온 체면이 무너지는 것 같고, 내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 같게 느껴진다. 그래서 틀렸음을 알면서도 틀렸음을 시인하지 못하고 애써 모른 척하며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을 부담스럽게 억눌렀던 것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틀리면 안 된다는, 항상 옳아야 한다는, 나만 맞다는 고집 같은 것들로부터 말이다.
이때의 마법 같은 경험 이후, 화가 나는 상황이 오면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종종 시인하고 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얻은 무한한 가능성과 여유를 선물로 받으며 한결 부드러워진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이미지 by Jill Wellington from Pixab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