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수술 이후 계속된 큰누나의 고단한 병원 치료들은 오직 병원을 신뢰하고 의지하며, 정보수집에 수동적이던 누나네 가족에게 희망과 실망, 기쁨과 두려움을 반복해서 가져다주었다.
누나의 치료가 시작된 초반에는 신장과 간 질환에 좋다는 보약들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했던 지인의 경험을 근거로 주변의 좋은 약 권유에 귀를 닫았다. 매년 누나를 위한 독감 주사도 그 병원과 의논해서 그 병원에서 맞았다. 감기약도 그 병원의 진료와 처방을 따랐다.
수술 후 3년째 되던 날 작은 누나가 줄을 서서 구매한다는 유명 버거집에서 아빠와 큰누나를 위해 버거와 닭날개구이를 사 왔다. 모처럼 혼자 닭날개구이 4~5쪽을 먹은 뒤 다음날 아침에 큰누나는 뒷목 주변에 쌀알만 한 두드러기가 붉은 반점과 함께 시작되어 겨드랑이와 배 주변으로 퍼졌다. 그리고 열을 동반했다.
다니던 병원 신장내과에 문의했다. 현재 먹고 있는 약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얼마 전에 일부 약을 새로 추가한 신경과에 문의했다. 역시 약 부작용에는 해당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큰누나네는 밤에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혈액검사를 하고 항히스타민제 주사를 맞고 약 처방과 함께 돌아왔다. 응급실 처치 후 다소곳해지던 큰누나의 좁쌀만 한 두드러기는 다시 동전만한 반점들과 함께 얼굴과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전날 응급처치를 받은 집 근처 대학병원의 피부과 외래진료를 통해서 받아 든 큰누나의 검사결과는 "원인물질은 확실하지 않으나 음식에 들어있는 향신료나 재료의 신선도가 의심된다." 였다. 식품 관련 사고 뉴스들에서는 원인도 잘 찾더구먼.., '원인은 사실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
큰누나의 면역저하 주사는 졸업한 지 오래이고, 면역 수치도 정상으로 유지 중인데...
혈액과 소변 검사 결과에 잡히지 않으면서 얼굴까지 엉망으로 만든 전신 두드러기 원인물질...
다시 환자와 보호자의 판단이 필요한 건가?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 그럴 수 있겠지만, 뉴스를 보면 유명 체인점 햄버거 사건의 원인도 찾아내던데, 그것보다는 이런 경우가 훨씬 더 간단하지 않을까 하는 비전문가다운 답답함이 엄습했다.
열흘 가까이 약과 주사 처방이 이어졌고 그에 맞춰서 잦아드는 모양새와 번성해지는 모양새를 반복하며 큰누나를 괴롭혔다. 이제는 깔끔한 장소에서의 외식도 가끔 하고, 치료 중인 대학병원의 정갈한 식당에서 반찬 재활용이 어려운 메뉴를 골라 주문할 때도 있다. 그런 와중에 생긴 전신 두드러기는 다시 큰누나네를 긴장하게 하는 이벤트가 되었다.
병원을 다녀오는 날은 적어도 두 끼니의 식사메뉴를 생각해두어야 한다. 서울 거주이지만, 병원 나들이는 인터넷 검색으로는 집에서 병원 정문까지 29분 거리이지만 '차로 계속 달려'가 유지될 때에 40여분을 잡아야 한다. 왕복교통거리와 대책 없는 교통체증을 감안하여 3시간, 그리고 병원과 약국 대기시간이 적어도 2시간, 검사가 있는 날이나 2개 과의 진료 예약이 있는 날은 추가로 시간이 길게 늘어난다. 하루를 꼬박 병원에서 보내기도 한다.
검사가 있는 날은 대체로 '8~12시간 금식 후 검사'이므로 대장내시경 준비를 위한 속 비움을 제외하고는, 누나 엄마도 똑같이 금식을 실행하는 날이다. 환자의 불편을 아주 조금이라도 체험하는, 그래서 큰누나의 불편을 이해하려는 누나 엄마의 시도이다.
최근 엄마가 조금 힘들어해서 혈액검사나 뇌 관련 검사 등 검사일정만 있는 날은 아빠랑 누나만 다녀오는 걸로 했다. 엄마는 늘 누나와 함께 이동하지만 아빠는 남자라서 가끔 세심하지 않다.
그날은 주차장 입구에 큰누나를 내려주며 혼자 검사실로 이동하도록 하고, 누나 아빠는 주차를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운전해서 내려갔다. 차속에 앉아 큰누나가 돌아올 때까지 오롯이 책을 읽을 요량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큰누나로부터 누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큰누나는 지상 주차장 입구에서 차에서 내려 이동 중 잠시 휘청대다가 주차장의 시멘트 바닥에 쓰러졌으나 의식이 있다고 했다. 차에서 내린 직후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립성 빈혈'로 인한 일 일거라고 했다. 아니 혹시 자동차 스토퍼 (stopper)에 발이 걸렸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지나가던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에서 팔과 다리가 아주 조금 다쳐서 상처부위 소독을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간 아빠가 전화를 받지 않아 엄마에게 연락을 한 거라고 했다. 큰누나는 전화에 대고 '아주 조금 다친'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엄마는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당황한 아빠는 누나의 남은 검사일정에 동행했다. 그리고 엄마와 누나의 '늘 동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후 엄마는 아빠에게 왕수다쟁이가 되었다. 아빠에 대한 신뢰가 건들거리기 시작한 거다.
더불어 누나 엄마는 큰누나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탁구장의 친한 이들과 큰누나의 신장 증세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갑상선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엄마의 절친에게 전화로 갑상선 치료 의견을 묻기도 한다.
서른이 넘은 환자에게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큰누나는 엄마의 누나 신장 증세 언급이 몹시 싫지만, 수다가 엄마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라고 받아들이려 노력 중이다.
엄마의 수다 덕분에 큰누나는 지인의 병원에서 촉진을 받으며 놓칠뻔한 병증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적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탁구선배여사들에게서 텃밭 농사도 소개받았다. 텃밭 농사를 소개해준 소상공인인 한 탁구선배여사는 생강을 닮은, 직접 키운 '울금'을 주말에 여러 번 씻고 쪄서 독성을 제거하고 말려 경동시장에서 가루로 만들어 섭취한다고 했다. 탁구선배여사는 그 정성 가득한 울금가루를 큰누나에게 선물했다. 판매도 한다는 그녀에게 엄마는 추가로 더 구매했다. 엄마의 수다는 정보를 얻는 통로가 되어 요긴할 때도 있지만 어쨌건 큰누나는 불편하다.
엄마는
"내가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고 너무 바쁘게 사느라 무관심했잖니, 네가 아픈데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내가 행동반경이 좁으니 그렇게라도 병을 소문내면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대답했다.
"깐깐한 엄마가 오죽하면 낯선 이들과 수다를 떨까? 조심할게" 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도 여전히 누나 엄마는 '조심할 게'가 아니라 '글과 말'로 수다 중이다. 그렇게 엄마의 두통을 자가치료 중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