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천사인가 봐

할아버지는 도대체 어디 가신 거야?

by 윤혜경


누나엄마가 커피 향을 그리워하며 입원실로 들어오는데, 신부전증, 자율신경계 질환과 칼슘조절장애로 인한 메스꺼움에 시달리는 큰누나가 누워있는 병실 가득히 입구에서부터 배설물 악취가 진동했다.


"할아버지는 도대체 어디 가신 거야? 보호자가 걸핏하면 내빼고 그러시냐? 할머니! 할아버지 어디 가셨어? 그러니까 간병인은 왜 안 구하시는 거예요? 공동 간병인 연락처도 드렸는데 바쁜 우리가 어떻게 하라고 이러시는지, 할아버진 너무하신다 정말... "


귀가 잘 들리지도 않는 할머니 환자에게 푸념하듯 간호사는 열심히 말한다.


아, 악취의 주인공은 의식이 있는동 마는동 하는 그 할머니였다.


"할머니, 내 말이 들리면 손가락 끝 움직여요. 옳지, 옳지!, 할머니, 근데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내일부터는 우리가 못 해 드려요. 할아버지 오시면 간병인 구하시라고 꼭 말씀하셔. 아님 할아버지가 직접 하셔야 해요."


누나 바로 맞은편 침대에 누운 80대 치매 할머니의 악취가 진동하는 배변 기저귀를 갈아주며, 간호사가 짧은 말과 긴말을 섞어가며 푸념하는 중이다. 큰누나는 자신의 얇은 거위털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다. 말라서 얇아진 할머니의 궁둥이를 이쪽저쪽 뒤척이며 깨끗하게 물티슈로 뒤처리까지 마친 간호사는 뒤처리 폐기물을 비닐 주머니에 가득 담아 들고 입원실을 나갔다. 그리고도 한참을 악취가 남아서 병실을 휘저었다.


맞은편 보호자 의자에 앉은 누나 엄마도 숨쉬기 힘들 만큼 악취가 심한데, 큰누나 또래의 간호사는 얼굴도 찡그리지 않고, 얇은 의료용 마스크만 쓴 채 익숙한 손놀림으로 상황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그리고 간호사가 일을 말끔하게 마치고 나간후에 할아버지는 마치 지켜보고 있었던 것처럼 안전하게 들어와서 할머니 옆의 보호자 침대에 몸을 뉘었다. 집에 다녀왔다고 했다.


누워있는 치매 아내에게 다정한 할아버지는 사실 환자 못지않게 노쇠하고 병명도 다양했다. 그는 그나마 거동이 가능하고, 그의 아내는 치매와 암수술 입원환자이고, 유동식을 코에 삽입된 호스로 섭취하고 거동이 불편하다는 차이뿐이다.


환자 보호자인 할아버지는 악취가 병실 가득히 퍼지는 기저귀 가는 일만큼은 간병인을 구하지 않고도 은근슬쩍 자리를 장시간 비우고, 간호사의 개입을 유도해서 기어이 간호사가 악취 뒤처리를 하게 만든 뒤에 할머니가 정갈해진 시간에 나타나곤 했다. 사실 누운 채 두 손이 침대에 끈으로 고정되어있는 환자를 상대로 기저귀 갈이 외에는 딱히 유료로 일하는 간병인이 할만한 노동은 없어 보였다. 나머지는 모두 간호사 업무로 이어지는 일들이므로.


그 노령환자는 링거 주삿바늘을 무의식 중에 잡아당기거나 빼내는 사고가 가끔 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기저귀 속의 오물이 불쾌한 환자가 오물을 손으로 만지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의 두 손은 침대 양쪽에 고정되어 있고.... 다만 보호자가 있는 동안은 보호자의 감독을 전제로 보호자가 잠시 풀어줄 수도 있게...


교수로 은퇴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할아버지는 이미 허약해진 노인으로 노부부의 입원실 생존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양복 차림의 할아버지는 가끔 아내의 틀니를 잘 씻어서 입에 끼워주기도 하고, 누구도 알아듣기 힘든 할머니의 웅얼거림을 이끌어내어 주고받는 대화를 곧잘 한다.


아직은 남편을 알아보지만 거동을 못하고 누워만 있는 아내에게 여간 다정하다. 집에 가서 주워온 이런저런 집안 소식 등을 할머니가 무료하지 않게 전하곤 했다. 4인이 머무는 병실에서 가장 연로한 환자이고, 보호자 또한 환자 못지않게 연로하여 같이 환자로 오인되기 쉬운 상황인데도 할아버지는 주저앉지 않고 밝게 또 밝게 아내와 긍정의 기운을 나눈다.


교대로 들어온 간호사들은 늘 상큼하게 비슷한 푸념을 늘어놓거나 마치 사이좋은 조카딸처럼 청력이 나쁜 치매 할머니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걸어주며 치매환자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그녀들은 혈압을 재고 피를 뽑아가고 링거를 갈아달면서 늘 경쾌했다.


언젠가는 누구나 겪어내며 하늘로 향할 모습인지라 누나 엄마는 새삼스레 실감 나게 그 백의의 천사들을 바라보았다. 저 따뜻한 인성은 타고난 건가? 갈고닦아진 건가?


"잘 지내냐? 우린 다 잘 있다. 걱정마라. 느그 엄마도 잘 지내고, 나도 괜찮다. 어미도 아이들도 모두 건강하고?"

".... "

"아니다, 들어올 필요 없다. 불편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라."


어느 날엔 미국에 있다는 아들과 양복차림의 할아버지는 이렇게 안부 통화 중이었다. 병원에서 집이 아주 가깝다는 환자네는... 현재의 상황이 전혀 괜찮지 않은 늙은 부모는 한사코 미국의 아들에게 '우린 잘 지내고 있으니, 아무 걱정마라'라고 했다.


큰누나네가 일주일의 입원을 마무리하고 퇴원할 때까지 치매 부인과 환자 버금가게 불편해 보이는 할아버지는 공동 간병인도 개인 간병인도 구하지 않은 채, 늘 바쁜 걸음새인 귀여운 툴툴이 간호사들의 도움을 끌어들여 배변 기저귀 처리를 해결하곤 했다.


성격이 다르니 모든 간호사들이 그럴 수는 없겠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밤낮없이 병실을 드낙거리는 그녀들의 빠른 발걸음 소리는 입원실의 엄마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누나 엄마는 보호자들도 쉽지 않은 궂은일을 경쾌하게 처리하는' 그녀들의 마음은 아마도 천사일 거야' 한다. 4개 침상 환자들을 위한 그녀들의 드낙거림으로 한밤중에도 환자 보호자가 1시간 이상 연이어 잠들기는 어렵다.


누나의 링거 확인차 들른 한밤 중의 간호사 인기척에 잠을 깬 누나 엄마는 간호사가 체온과 혈압을 재고 나간 후에도 쉬이 잠들지못했다. 그리고 문득 인간의 노후 병치레 상황을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엄마에게도 다가올 현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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