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동물을 매개로 한 동물매개 중재 프로그램인 AAI가 소개된 지 15년 여가 되었지만 여전히 자료를 구하기가 궁하다. 특히 읽기 도우미견 프로그램인 리딩독 (Children Reading to a Dog loudly) 관련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 년 동안 자료수집의 어려움을 경험한 터라 다음 연구자들을 위해 세계 리딩독 (Reading Dog) 프로그램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동물매개중재 비영리기관을 비롯하여 여러 기관의 리딩독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책을 주소지가 같은 두 사람의 동물응용과학 연구자 둘이서 출간하기로 했다.
논문을 마치자마자 이어서 책을 쓰는 일에 몸은 몹시 고단했지만, 그동안 개미처럼 세계 각국의 리딩독 관련 기관들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두었던 터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생각보다 고단한 작업임을 미처 모르고 시작해서 다행이었다. 책의 구성과 내용 검토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되고, 워낙 다양한 미국의 AAI 기관들과 유럽,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다루다가 양이 너무 방대하여 다시 구성과 내용을 첨삭하느라 예정기간보다 훨씬 더 걸려서 마침내 책 출판을 위한 초고를 마무리해서 출판사에 넘겼다.
사실 처음으로 리딩독의 세계적인 추세와 역사, 그리고 관련 국제기관들을 소개하면서, 여러 나라의 도서관과 리딩독이 실행되는 편안한 환경의 소개를 위해 사진들을 군데군데 삽입했다.
물론 그 사진들은 리딩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 소개와 함께 당연히 출처를 수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재산권 문제와 관련해서 해당 기관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기가 어려우니 사진 수록은 난감하다는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다. 당연한 일이다. 출판사는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계약 하에 사진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는 관련 회사의 자료에서 선택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단 해외기관들에 먼저 상황설명과 함께 사진사용 허가를 요청 후에 다시 생각해도 될 일이다.
사실 누군가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학술 자료를 사용할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 대학교재의 경우에는 워낙 적은 숫자로 발행될 뿐만 아니라 신설 학문으로 수요도 아주 적다. 사진을 생략해도 무방하지만 이왕이면 리딩독의 편안한 실행 분위기를 보여주는 현장 사진들은 글에 의한 설명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국내 초등학교나 특수학교에서 그동안 직접 실행해온 동물매개리딩교육 수업 현황을 올리는 것은 다양하지 못해서 한계가 있다. 하루를 생각하다가 국제적인 규모의 해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시차를 고려하면서도 시간 간격으로 이메일을 열어보는 초조함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서울은 한밤중인 시각에
"당신의 연구를 지지하며, 출처 표기와 함께 우리 기관의 사진을 충분히 사용해서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는 격려가 담긴 기관의 따뜻한 이메일 답신을 받았다.
논문을 쓸 때도 요즘은 컴퓨터 글씨체까지도 무료 글씨체를 찾아서 정해주거나 사용계약이 이루어진 글씨체를 정해주는 학회가 늘어나는 중이다. 하물며 자신들의 활동을 담은 사진을 쓸 수 있도록 해외의 무명 연구자에게 기분 좋은 답신을 보내준 미국 최대 리딩독 기관의 배려에 영화처럼 한밤중에 천정까지 뛰어오를뻔하게 기뻤다.
이어서 용기를 내어 또 다른 리딩독 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물론 몇몇 동물매개중재 관련 기관들은 내가 보낸 이메일을 여전히 열어보지 않고 있다. 워낙 규모들이 큰 기관이니 매일 쏟아지는 메일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아마도 스팸 메일로 여겨져 휴지통으로 이미 옮겨졌을지도...
그리고 종일 외부 일정을 마치고 늦은 귀가 후 새벽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미련을 담아 열어본 이메일함에 내가 두번째로 이메일을 보냈던 기관의 답신이 담겨있었다. 두근거리며 열어본 답장은 요즘 고단함에 가라앉아있던 마음을 단번에 일으켜 세워주었다.
공동 설립자이자 기관장 명의로 보내온 이메일에는 자신들의 모든 인터넷 주소들을 추가로 보내주고, 그곳에서 충분히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따스한 배려가 담겨있었다.
운수 좋은 날!
이렇게 또 운수 좋은 날이 되었다. 운수 좋은 날을 들먹거릴 만큼 신나는 답신 메일을 받아서 한동안 어깨가 들썩거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