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깝고도 먼 사이

탐이의 일기 1

by 윤혜경

2020. 03. 20

몇 년 전의 '메르스'가 유행한 뒤, 이번엔 사망률은 더 약하다지만, 전파력은 몇 배나 더 센(?) 천방지축의 호흡기 감염병이 한국에 들어왔다.


img.jpg

*형아와 한강변 산책을 끝내고 휴식 중인 탐이



2019년 11월에 중국의 우한에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진 Covid 19 즉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처음엔 우한 바이러스로 불렸다. 이미지 손상을 우려한 중국의 입김을 담은 거센 항의로 병명이 바뀐 거다. 무증상으로 전혀 증상을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 반면에, 중증 호흡기 질환자가 되어 결국 생명을 잃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경험자들의 의견은 '호들갑 떤다'에서 '최대한 조심, 외출과 모임 자제'까지 극에서 극이다. 정부의 대책 마련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전염성이 놀라운 수준의 호흡기 질환인 'Covid 19'가 그 주인공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미국과 유럽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뉴욕 한복판에 사망자를 실은 트럭이 줄을 서 있다'는 외신 보도와 남미 쪽의 '넓은 구덩이를 파서, 대량 사망자들의 관을 나란히 나란히 포개 올리며 묻는 모습'을 카메라로 비추는 뉴스 보도는 참 엽기적이다. 점점 수그러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럽을 중심으로 더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통제되는 좀 복잡한 상황이다. 출산을 한 달 앞둔 작은 누나는 입원 예정인 대학병원 앞 뜰의 '코로나 검사 텐트'를 지나다니는 외래검진일이 다가오면 많이 불안해진다.


img.jpg

*코로나 19가 삶에 준 영향(출처:Daum)



나는 웰시코기 유기견 '탐이'이다. 맞벌이 형아와 누나 부부가 자원봉사로 하는 '웰시코기견의 임시보호' 활동 기간이 끝나고도 돌려보내지 못하고 입양을 결정한 것이 나의 오늘로 이어졌다. 이번에 형아 부부는 결혼한 지 8년 만에 '새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태명은 '삐약이'로 작은 누나가 정했다. '삐약이' 소식에 감격 중인 형과 누나와 달리, 요즘 나는 조금 불안하다. '내가 어디로 옮겨가게 되는 건 아닌지..., 그렇잖아도 바쁜 형아와의 내 산책은 삐약이가 오면 생략되는 건 아닌지..., 나의 출입 금지 공간이 생기는 건지...'



요즘 뉴스는 온통 호흡기 전염성 질환인 'Covid 19' 관련 소식으로 시작하고, 끝이 난다. 몇 명이 어디에서 누구에게 전파하고, 전파당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는 몇 명이고.... 오늘날,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규모의 우리나라 약국 앞에는 온통 마스크를 구하려는 긴 줄로 북새통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우산을 쓴 채로, 몇 시간 째 '일회용 마스크 구입'을 위한 줄 서기 모습이 요즘 대세이다. 마치 전쟁을 소재로 한 흑백영화 속의 ' 배급제 양식을 구하는 사람들'처럼.


조산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서 사실 작은 누나는 좀 심란하다. 누나의 회사는 호흡기 전염병 보도와 관련된 정부의 지침에 따라 출근과 재택근무를 반복하는 중이다.


지난해, 연한 핑크 빛을 띤, 새끼손톱 크기의 앙증맞은 꽃잎이 흩날리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코를 대고, 향을 킁킁대던 사람들의 행복했던 봄날은 아주 먼 옛날의 추억이 되고 있다. 올해 봄날은 외출 자제령이 내려져 있다. 학교들의 입학식과 졸업식도 취소되었다. 교문이 폐쇄된 학교 대신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발걸음만 바쁘다, 마스크를 쓰고.


누나네 회사에서도 불규칙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언제까지? 얼마 동안?

지침은 일단 2주간만 유효한 걸로...

2주마다 상황판단을 근거로 결정을 내리는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사실 나는 누나가 집에 있어서 좋다.



*내가 5주 동안 위탁될 큰누나네 집에 살고 있는 '수리'

img.png

*누나네 아빠와 식탐 쟁이 '수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짝반짝 빛나는 누군가의 아이디어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