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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는

한 장 남은 달력을 만나기가 두려워

by 윤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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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가로수 (출처: 나무위키)


11월은 왠지 쓸쓸하다.



11월은 양희은 님의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은 달이다.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노래 양희은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 중략




은행잎이 떨어져 겹겹이 샛노랗게 뒤덮인 길거리를 푸근하게 보는 순간, 나뭇잎이 다 벗겨내려 지고 가지만 남아 겨울을 견디어내겠다는 결심이 보이는 높은 은행나무가 11월의 쓸쓸함을 더 두껍게 만든다.



내리막 미끄럼은 참 가팔라서 숨이 차다.


11월 11일은 초코칩 빼빼로와 참기름 발라 고소하게 구운 가래떡 모습이 11자의 모습을 닮았다는 이유로 인가가 상종을 치는 날이다. 달콤한 초콜릿으로 덮인 빼빼한 비스킷을 옆지기가 넌지시 사서 책상 위에 놓아주고, 딸이 보드라운 가래떡을 구워 참기름을 발라주는 덕분에 은행잎의 쓸쓸함을 잠시 잊고 내게도 초콜릿의 달달함과 가래떡의 고소함을 음미하는 시간이 된다.


11월이 지나고 하이얀 눈송이로 그려지는 12월엔 1년을 숨차게 지내온 보람을 품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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