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그 암을 주소서
나는 털이 새하얀 말티스 종으로 2019년 3살 때 입양된 수컷 강아지이다. 이름은 '수리수리 마수리'에서 따온 '수리'이다. 미국 유명 배우 톰 크루즈 딸의 이름과 같다. 나는 분리불안 중세가 심하여 무례한 파양을 경험 후, 지자체 도우미견 센터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영특한 유기견이었다. 2019년 6월 6일 현충일에 운 좋게 동물매개 심리치료 연구자인 큰누나에게 입양되어 훈련과 평가를 거쳐 공식적으로 등록된 동물매개 심리치료견이 되었다. 그리고 나 '수리'는 늘 큰누나의 병원 방문에 동행하여 아빠와 함께 병원 지하주차장의 차속에서 기다리며 큰누나의 투병과정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교육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큰누나는 2015년 4월 말에 갑상선 유두암 3mm 제거를 위해 림프절에 전이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의의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국내 대학병원 명의라는 갑상선 전문의에게 갑상선 전절제 수술을 받았다.
큰누나와 누나네 가족들은 암 진단을 받고 당황했지만 곧 의사들이 ‘만일에 암에 걸려야 한다면 제게는 그 암을 주소서!’ 한다는, 수술을 하면 1주일 후엔 정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수술 집도의의 의견을 듣고 간단한 암으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큰누나는 갑상선 전절제로 인한 갑상선 호르몬 저하증 치료용 호르몬 정 1알이면 된다는 수술 전 설명과 다르게 퇴원 직후부터 하루 16정씩 칼슘과 비타민 D 복합제인 고용량 디카맥스를 추가로 복용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큰 약을 잘 못 넘기는 큰누나는 갑상선 전절제 수술 후 4시간마다 길쭉한 연두색 칼슘 복합제를 4알씩 물과 함께 삼키는 일이 시작된 거다. 물론 '영원히'가 아니라 증세를 보아가며 하루 16알에서 14알, 13알, 12알, 10알로 3~7일 간격으로 줄여가기로. 최종 목표는 1일 1정으로 퇴원 담당 간호사가 역삼각형을 그려서 숫자를 써주며 설명하였다. 누나 엄마는 기다란 약이 자꾸 목에 걸려서 목에 통증을 느끼곤 하는 큰누나를 위해 4시간마다 길이가 긴 연두색 칼슘약 4알씩 참깨를 분쇄하는 도자기 절구에 방망이로 갈아주었다.
당분간 칼슘과 비타민 D, 그리고 철분과 나트륨 수치 확인을 위해 큰누나의 혈액검사는 퇴원 직후부터 매주 하는 것으로 예약되었다.
퇴원 다음날 오전부터 칼슘조절 이상으로 큰누나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오그라들었다. 사실 의료진으로부터 예정에 없던 부갑상선 4개의 소실과 관련하여 설명을 들은 바 없으니, 영문도 모른 채 환자 본인과 가족은 고스란히 당하는 중이다.
갑상선 수술로 건강문제의 'Happy End'를 기대했던 큰누나는 2015년 수술 이후 4년 동안 반복적인 의식 소실과 칼슘조절장애의 경련으로 인한 부상, 저칼슘혈증과 고칼슘혈증을 반복해서 급성 신부전에서 만성신부전, 고지혈증, 기립성 빈혈, 부정맥, 빈맥, 저혈압을 진단받으며 병원 입퇴원이 줄기차게 반복되었다. 누나네 엄마와 아빠는 누구나 쉽게 언급하는 그 유명한 갑상선암 수술이라서 가볍게(?) 생각했던 큰누나의 갑상선 제거 수술 후 일상이 멈추어졌다. 그리고 엄마는 우선 큰누나의 밀착 보호자가 되었다. 저런 종류의 질병 명칭을 엄마는 경험한 바 없어서 누나에게 붙은 질병들이 낯설다.
2015년 4월 말 갑상샘 전절제 수술 후 2주가 지난 5월 16일에 컴퓨터 본체와 함께 나동그라지며 스피커가 깨지고 스텐 휴지통이 부서지며 머리와 등을 다친 채 쓰러져있던, 6월에 거실화분과 함께 넘어지며 깨어진 화분 위에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던, 7월에 샤워실에서 문턱에 안경을 깨뜨리고 기절한 채 엎드려 있던 망가진 누나 얼굴 등 큰누나의 고약한 모습의 부상을 몇 차례 경험 후 엄만 24시간 누나 옆에 함께 있다.
서른을 넘긴 큰누나는 화장실 문도 닫을 수 없다. 의식상실 이벤트를 반복한 누나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Post Traumatic Syndrom Disorder)을 품게 된 엄마가 바로 앞에 앉아서 큰누나를 지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샤워실 문은 열어두고 누나를 낮은 의자에 앉혀놓고 수개월 동안 엄마가 샤워를 시켰다. 큰누나의 의식소실로 인한 부상 치료차 받은 가까운 정형외과의 물리치료에서는 치료중 잠이 든 큰누나의 어깨에 화상을 입혔다. 수개월 동안 드레싱 된 어깨 상처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미용실에서 머리만 감다가 욕실 바닥에 메트를 깔고 누나를 눕힌 채 머리를 감겨주는 일이 지속되었다.
아빠는 누나의 병원 왕복에 차 운전을 담당한다. 큰누나네는 평균적으로 검사와 외래 진료를 위해 주 1~2회 가거나, 갑작스러운 고칼슘혈증이나 저칼슘혈증 쇼크로 인한 응급실이나 응급병동 등에 입원을 하게 되는 큰누나의 병원 일정에 맞춰 생활을 하는 중이다.
의사들이 '제게 그 암을 주소서!'라는데 큰누나네의 예기치 못한 고단함은 그 암을 수술한 직후부터 갈수록 가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