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5년' 선물하기

매일매일 단단히 쌓아 올리는 사랑받은 기억

by 이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가장 처음 5년이, 아니 그 이상의 인생이 내게 생겨난 것이다.
평생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근사하며, 내 생일을 두고두고 자축할 수 있는 단단한 근거
- 책, 힘 빼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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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가 쓰는 5년 일기. 10년의 기억

5년 일기 2권을 샀다. 아내와 한 권씩 나눠갖고, 아이의 하루를 2권에 나눠 채우고 있다. 5년 일기는 하루를 기록할 공간이 아주 작다. 쓰다 보면 벌써 마지막 줄이다. 매일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게, 5년간의 장기간 레이스를 이어나가는 데 최적화된 구조 같다. 5년 일기의 매력은 한 페이지에 5년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2022년의 아이와 있었던 일. 그리고 2023년, 2024년, 2025년, 2026년. 5년 동안 매 해 같은 날짜에 아이와 있었던 추억이 차곡차곡 쌓일 예정이다. 빈칸이 더 많은 일기장에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채워질지 궁금하다. 나중에 빈칸이 더 적어졌을 때, 과거 기록들을 보며 오늘을 적는 느낌은 어떨까? 가장 기대가 되는 건, 독립을 앞둔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기록한 5년 일기를 선물하는 순간이다. 10년을 선물 받는 아이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선물을 줄 사람은 벌써부터 설렌다.


아이는 기억하지 못할 시간을 나는 기억하고 싶다

난 어릴 적 기억이 적다. 초등학교 고학력 이전의 기억은 어른이 된 후 주입된 기억뿐이다. 그래도 그 시절이 궁금하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자 달라졌다. 태동이 느껴질 때쯤, 5살 조카에게 뱃속에 있을 때가 기억나냐고 물었다. 기억난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조카가 참 귀여웠다. 아이를 갖고 출산과 육아를 하며, 내가 이렇게 작았을 때 나를 돌봐주었을 부모님이 그려진다. 나처럼 서투르고 어렸을 부모님. 칭얼대며 우는 아이를 달래고, 집안일에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가면,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시간 잠을 자지 못하며 고생하며 나를 키우셨을까 생각한다. 한 때는 혼자 잘 컸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진실을 안다.

가끔 부모님에게 과거 이야기를 물어보면 세세한 일들은 모르신다. 의외로 아이를 돌보다 아이가 울면 당황해하는 부모님을 보고 당황했다. 아이를 키우는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구나 생각이 드니, 기록을 해야겠다는 다짐 했다. 매일 아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 그리고 김하나 작가의 문장들을 보고 5년 일기에 영업당했다.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가장 처음 5년이, 아니 그 이상의 인생이 내게 생겨난 것이다.
평생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근사하며, 내 생일을 두고두고 자축할 수 있는 단단한 근거
- 책, 힘 빼기의 기술



아이가 홀로 설 수 있는 단단한 지지대를 선물하고 싶다

가끔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학창 시절 나는 쉽게 외로웠고 불안했다. 온갖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했다. 지금은 혼자여도 적당히 잘 지낼 수 있다. 혼자여도 괜찮은 나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고 온전히 나로 살아갈 수 있다. 나 자신 그 자체로 사랑받는 경험들이 나를 혼자여도 괜찮을 수 있게 단단히 만들었다.

아이에게도 자신의 그 자체로 온전히 사랑받던 기억들을 선물하고 싶다. 우리가 널 정말 아끼며 키웠다는 말 보다, 5년간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더 와닿지 않을까? 아마도 아이의 첫 5년은 가장 무조건적 사랑을 줄 수 있고, 또 아이도 그런 사랑을 받아줄 짧고 소중한 시간일 것 같다. 나에게도 이 시간을 기록할 수 있음은 큰 해운이다. 아이에게 일기를 선물하는 순간은 내 삶에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다.

매일 일기를 쓰면, 아이와의 순간들을 갈무리하게 된다. 오늘은 어떤 일을 쓰면 좋을까? 아이에게 어떤 경험을 남겨주면 든든한 지지대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아이와의 하루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아이가 있다면 5년 혹은 3년 육아 일기를 써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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