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열면 보이는 것들, 소국향 퍼지는 계단에서

by 물냉이

빽빽한 도시의 주택가는 푸른것을 보기가 힘들다. 이슬 맺힌 들길을 걷다가 해가 오르면 마른 돌콩넝쿨 위에서 툭툭 꼬투리 터지는 소리를 듣는 것이 낙이되는 계절이지만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이곳에서는 때를 가리지 않고 골목을 소음으로 채우는 택배와 배달 오토바이들이 천고마비를 알려준다. 요즘은 물가는 하늘을 찌르고 패스트 푸드에 의지해야하는 서민들은 살이찌는 물고서비(物高庶肥)의 계절이기도 한것 같다. 옥상에 빨래를 걸고 내려오는 길에 계단에 은은히 퍼진 꽃향기를 맡았다. 노란 소국이었다. 흐릿한향이 더 강하게 가을 들판의 기억을 불러왔다. 추수한 들녘 아직 남은 논에서 투둑거리며 뛰는 벼메뚜기의 풍성한 가을 오후가 떠오르고 얼마전 걸었던 시흥갯골이라도 다시 걷고 싶어졌다.

들판엔 소국대신 노란 산국이 지각한 아이들을 챙기듯 벌과 나비를 불러 모은다. 향도 산국이 강하다. 사람의 도움없이 자연에 적응하며 살려면 스스로 강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얼핏보면 소국은 같은 재배종인 국화보다 작고 향은 산국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도심의 주택가에서 가을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제몫을 다한다. 차로 마실수 있는 소국의 여러 기능들은 덤이다.

잠시 계단에 앉아 창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흐르는 구름에 운수납자가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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