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눈물 말라 굳을 때
거저먹은 세월 어디 있을까
앞산 진달래 피고 지고 또 피어
소쩍새 온 산에 늙으면
그때야 겨우 한 소절
살아온 이야기 돌려 감는 걸
한 해, 두 해 켜켜이 묵은
풀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밤이면 이 숲길 다니는
고라니 묻는 안부에
눈물 흘리며 하소연할까
생강나무 노란 꽃 붉게 익으면
이 눈물 말라 하얀 분분 날릴까
발치에 핀 각시붓꽃 노래에
마른 술 푸며
시린 밤 흙의 향기에 스며들까
* 해파랑길 6코스. 마을 뒷산 같은 길을 걸으며 잘린 나무를 만났다. 자른 사람이야 생각이 있었겠지만 갑자기 수십 년의 세월을 잘려버린 나무는 어떤 마음일까. 먼산 소쩍새 우는 날 흩어져 가던 나이테들의 시간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