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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Nov 24. 2023

쓸모없는 사람

나의 생각

어떤 물건이든 다 제 역할이 있고, 쓸모가 있다.

컵은 물을 담아 마실 수 있게 하는 쓸모.

담요는 덮으면 따뜻해지는 쓸모.

에어컨은 시원한 바람이 나와서 온도를 낮춰주는 쓸모.


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물론 사람에게 쓸모라는 단어를 쓰는 건 부적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모든 이는 다 자신들만의 쓸모를 찾으려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께는 의젓한 첫째로서의 쓸모를 다 하기 위해,

동생들에게는 든든한 언니로서의 쓸모를 다 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의 쓸모를 다 하기 위해.

금은 직장에서 직장인으로서의 나의 쓸모를  다 하기 위해,

그렇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았다.

 

그런데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도대체 뭘까?

정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사람에게 쓸모가 있다는 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내 책임을 다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쓸모에 발이 묶이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고 나를 버리고 타인에게 맞추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나보다는 남들에게 맞춰주며 살았다.


그랬더니 내가 나를 모르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내가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가 쓸모없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쓸모없어도 스스로 사랑해 줄 수 있도록, 쓸모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냥 나인 것이지, 무언가를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


내가 정말 약해지고 쓸모 없어지더라도 누군가는 내 곁에서 날 한결같이 사랑해 주면 좋겠다.

서로에게 쓸모없는 존재가 되더라도, 그냥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사이가 있으면 좋겠다.


아, 난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언가를 위해 쓰이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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