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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Oct 27. 2023

약 먹는 아이

나의 생각

내 눈에는 레이더가 있다.

바로 아이들을 탐지하는 레이더.

아이들을 좋아해서, 내 눈에는 그들이 참 잘 보인다.


얼마 전에 놀이공원에 갔다.

그날도 역시 레이더를 작동시켰다.

걸어다니는 곳마다 아기들부터 어린이들까지 모두 귀여워하머 쳐다봤다.

엄마 품에 쏘옥 안긴 작은 아기부터, 아장아장 걷는 아기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약을 먹던 아이가 눈에 띄었다.


그 아이는 아파보였다.

온 몸을 외투로 칭칭 감싸고 있었고, 어디가 아픈지 찡찡거리고 있었다.

테이블에 가족들과 함께 앉아있는데, 아빠가 물병에 가루약을 넣더니 뚜껑을 닫고 흔들었다.

그러자 은 뿌옇게 변했고, 그 물병에 빨대를 넣어서 아이에게 먹였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코를 막고, 빨대를 물더니 한 번에 약을 쪼옥 빨아서 마셨다.

그러자 그 아이의 엄마가, 약을 먹는 아주 좋은 방법을 발견했다며 좋아했다.




그 아이가 약 먹는 것을 보는데,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이제 알약도 여러 알을 한번에 먹을 수 있는 어른이다.

그런데 내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나도 약 먹는 걸 끔찍히도 싫어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난 꾹 참고 먹었다.

약도 싫지만, 아픈 건 더 싫으니까.


이제 약은 잘 먹지만, 더 싫은 걸 안 하기 위해 덜 싫은 걸 하는 건 여전하다.

일 하기 싫지만, 가난해지는 것은 더 싫기에 출근을 한다.

집안일 하기 싫지만, 집이 더럽고 너저분한 것은 더 싫기에 몸을 움직인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하기 싫어도 해내야 해서, 꾹 참아야 하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다.


다만, 그렇게 참으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된다.

약을 먹으면 건강을 되찾고 다시 뛰어놀 수 있다.

일을 하면 돈을 벌어서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도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소비를 할 수 있다.


결국 그 참는 행동도 결과적으로는 나를 위한 행동이다.

그러니까 그 행동이 나를 행복이 아니라 불행으로 이끈다면, 너무 참지는 말아야겠다.

참아야 될 일이 있고, 참지 말아야 될 일이 있을테니까.

너무 참다가 곪아터지지 않도록 진짜 참아야 하는 일만 참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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