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매일 듣던 잔소리 중 하나는
“방 좀 치워라. 돼지우리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러워도 살만했으니까.
그리고 먼지가 좀 쌓이면 좀 어떤가?
어차피 또 쌓일 텐데.
또 물건이 널브러져 있으면 좀 어떤가?
어차피 또 사용할 텐데.
그래서 그땐 등산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안 됐다.
힘들게 왜 올라갈까?
어차피 내려올걸.
그때는 몰랐다.
먼지를 치워야 건강이 유지되고,
물건을 정돈해 두어야 마음도 안정된다는 것을.
등산하는 그 행위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성취와 행복이라는 것을.
그걸 깨달은 건, 자취를 하면서부터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에 들어갔는데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느낀 순간부터다.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고 집으로 들어가면 집안일이 나를 반겼다.
쌓인 설거지, 미처 다 버리지 못한 쓰레기가 담긴 봉투들, 밀린 빨래들, 바닥과 가구에 쌓인 먼지까지.
그 일들은 모두 주말에 몰아서 하면 된다고 여기며 미루고 미뤘다.
왜냐, 난 일하고 와서 피곤하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기운이 넘치는 날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매일 조금씩 내가 어지른 것들을 미리미리 치웠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빨랫감이 생기면 바로 세탁기를 돌리고,
식사를 하면 바로 치우고 설거지를 했다.
부지런한 나를 보며 뿌듯했다.
내 모습,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도 바로바로 집안일을 해야지,라고 다짐했다.
일상은 매일 반복된다.
그래서 무심코 그냥 흘려보내기 쉽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기에 오히려 중요하다.
그 일상이 모여 내 인생을 이루게 되는 거니까.
매일 해야 하는 집안일을 하고, 샤워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주기적으로 식물에 물을 주는 그런 행위들은 모두 일상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피치 못할 이유로 그 일상이 깨지면, 나의 패턴이 바뀌게 된다.
그렇게 깨진 일상은 나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놓는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그냥 하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노력이지만 나의 삶의 질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이제 정말 달걀을 꼭 사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