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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훈 Aug 15. 2024

그림책 여행_마루젠 서점에 갔어요 (1)

드디어 도착한 후쿠오카의 첫 서점


  오랜만에 느끼는 일본 후쿠오카의 공기는 더웠다. 너무 더웠다. 2024년의 7월은 왜 이렇게 더운 걸까. 순간적으로 괜히 여행을 온 걸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더위에 대한 불편함은 금세 잊혔다.


  간단한 입국심사를 거치며(비짓재팬웹을 처음 사용해 봤다.) 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출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운 후 첫 번째로 발걸음을 향한 곳은 <마루젠 서점 하카타>였다.




  마루젠 서점 하카타(MARUZEN HAKATA,  丸善 博多店)


  마루젠 서점은 일본의 교보문고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서점이라고 한다. 이번에 방문한 마루젠서점 하카타는 하카타역 아뮤프라자 8층에 위치하였다. 후쿠오카 서점 투어의 첫 코스로는 위치상 아주 제격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검색하였을 때 마루젠 서점에 그림책 관련 굿즈가 많은 것을 보고, 부푼 기대를 안은 채 서점에 도착하였다.


(8층에는 서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게들이 있었다.)


  아뮤프라자 8층 하면 떠오르는 곳은 포켓몬 센터다. 귀여운 포켓몬 관련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기에, 후쿠오카 여행 코스에서 빠질 수 없는 아뮤프라자인데 바로 옆에 이렇게 큰 서점이 있다니. 혹시나 아뮤프라자에 방문한다면 마루젠 서점과 포켓몬 센터를 함께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에서부터 8층까지 천천히 올라가던 중, 드디어 눈앞에 마루젠 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바로 보이는 장면)


  만화의 강국 일본 답게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만화책과 잡지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마루젠서점은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었으며, 그만큼 사람도 많아 조용한 분위기라기보다는 와글바글한 느낌이 들었다. 마루젠서점은 한눈에 봐도 책의 종류가 다양했는데, 내가 찾던 그림책은 서점 중간지점쯤에 위치하였다. 마침 이 쪽은 계산대 근처였기에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었다.




  EHONS(えほん, 絵本)


 

 일본의 그림책은 絵本이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읽으면 ehon이라는 발음이다. 이 발음을 살려 EHONS라는 서점 속 코너가 마루젠 서점 중간에 위치하였다. 이 코너는 아동 관련 그림책과 굿즈 등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느낌이었다. 일본 서점에서 그림책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 지 알 수 있었던 대목.


  지나고 보니 EHONS라는 코너의 이름은 우리나라의 '그림책'이라는 단어를 GUERIMCHAEK으로 적은 개념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 혼자서 웃겼던 기억이 난다.


(마루젠 서점에서 맞이한 EHONS 코너. 준쿠도 서점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마루젠 서점의 EHONS의 가장 큰 특징은 수많은 인기 그림책작가의 굿즈들이 진열돼있다는 점이었다. 그림책과는 별개로, 구도 노리코, 큐라이스, 루루테아, 시바타 케이코 등의 작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책 관련 상품들이 즐비한 광경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흔한 것은 아니었다. 각 매대와 벽면마다 그림책 작가의 대표 캐릭터, 이와 관련된 상품들이 빼곡하게 진열돼있었다.


  역시 일본은 캐릭터의 상품화에 있어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내 눈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여 어느 순간 장바구니를 한 손에 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설렘, 그리고 동기부여


  빠르게 마루젠서점의 EHONS 코너를 뒤지던 중, 내 눈앞에 익숙한 노란색 형체가 보였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노라네코군단. 구도 노리코 작가코너에 다다른 것이었다.


(노라네코가 반성하는 자세는 이제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구도 노리코의 <노라네코 군단, ノラネコぐんだん>은 국내명 <우당탕탕 야옹이>으로 불린다. 노란색의 무표정 같은 이 고양이들은 항상 무리로 다니는데, 이 시리즈는 내 기준 그림책계의 마스터피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내가 그림책을 시작하게 된 후 가장 존경하는 작가이기도 한 구도 노리코의 상품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니.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다양한 크기의 인형, 문구류 등 너무나도 많은 제품들. 마음 같아선 전부 쓸어 담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가 워낙 유명하긴 하다만, '구도 노리코'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현지에서 느낀 구도 노리코의 위상은 내가 생각했던 기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자체 판넬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캐릭터 상품의 수에서부터 압도적인 숫자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나보다 앞서 길을 개척한 사람이 이 정도의 유명인사일 줄이야. 내심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 순간 자체만으로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그림의 방향이 틀린 것이 아니구나.

  이대로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한국의 구도 노리코가 되기 위해 더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내가 그렸던 <빨리빨리 레스토랑의 비밀>이나 차기작품으로 준비한 원고를 여러 출판사와 미팅할 때 종종 나왔던 이야기가 '구도 노리코의 그림이 떠오른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난 칭찬이다. 그림을 카피하는 게 아니라 그 유명한 작가의 그림체가 떠오른다는 말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 포트폴리오가 쌓여갈수록 구도 노리코의 그림체가 아니라 '김원훈의 그림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상: 큐라이스의 대장 토끼 굿즈, 하: 구도 노리코의 삐악삐악 굿즈)


  다른 벽면에는 구도 노리코의 초기 시리즈인 <삐악삐악>관련 상품도 있었고, 또 다른 작가인 큐라이스의 <대장 토끼> 상품도 존재하였다. 하나같이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굿즈들이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만화뿐만 아니라 그림책에서도 이렇게 지갑을 열게 하는 마케팅 수단을 가지고 있다니. 대단할 따름이었다.



 

  꾸준하게 내 길을 걸으며 나만의 영역을 넓혀가자. 예전부터 스스로에게 말했던 다짐이 또다시 떠올랐다. 이 모든 생각을 한 것은 약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마루젠 서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림책 또한 다양하였기 때문에 필요한 상품들을 눈에 담은 후 그림책이 진열된 코너로 발걸음을 향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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