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은 모퉁일 팔아버렸을까요? 새롭게 끌어 안았을까요?
낯선 골목에 넘어진 난 어느 모퉁이에서 다시 일어나야 하나요?
모퉁일 돌지 않았는데도 왜 자꾸 다른 스토리들이 나오는 걸까요?
골목이 표지를 갈았을까요? 아니면 모퉁이가 내용을 수정 했나요?
모퉁이가 모퉁일 몰라보는 지역에 저는 서 있습니다
이 골목 개울이라 부르기엔 또랑 같은 목소리들이 너무 낭랑 했지요
여기엔 모시대 금강초롱 꽃창포가 있었고
미숙 은정 혜원 은희도 놀러 왔고
웃음소리도 퐁당거렸지요
종일 그 물에 발 담그고 있으면
이 개울 골목이라 부르기엔 모퉁이가 너무 아름다웠지요
이제 해가 지면 이 골목에는 망초 패랭이 달맞이라는 이름들이 등불을 예쁘게 달아 올것입니다. 그 불빛들 저 먼 구석까지 밝혀주며 풀벌레들 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한없이 흘러가겠지요. 밤 깊어 갈 때 몇 개의 별과 은하수가 놀러와 여기에 발 담궈 줄지 모르겠지만, 아침이 오면 직박구리 솔새 멧새 비둘기들이 눈 비비고 깨어나 자신들의 골목임을 주장하며 요란하게 떠들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골목에는 내가 그린 그림과 낙서가 메꽃과 함께 친구들 이름을 아직도 지지 않는 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그 때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나의 골목은 어디로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