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애인에게는 취급 주의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등에 푸른 꽃이 폈다 지곤 했다
꽃을 가리던 파스의 접착력은 오래 가지 못했다
꽃무늬로 포장된 나의 겉은 그럴듯하게 보였다
그가 수집하는 포켓몬이 늘어갈수록 파스의 냄새는 짙어졌고
오랫동안 압류된 나의 정신은 사용법을 잃어갔다
그가 온다는 문장은 불안하다
나를 떼어냈다 붙이고 붙였다 떼어내고
밤부터 시작된 그의 스티커 놀이는 새벽에야 멈췄다
찢긴 포켓 몬스터 빵 봉투에서
내 근육의 가장 깊은 곳이 몽롱해질 때까지
피카츄, 꼬부기, 잠만보를 외웠다
앞면은 토요일
뒷면의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랬다
방전된 핸드폰. 보호받지 못한 액정에 생긴 실금들
나는 깨진 유리처럼 언제 버려질지 몰랐다
규칙 위반이란 낱말들이 벽마다 붙었다
밤마다 검은 등에 혹이 자라고
집착과 접착의 모호한 경계가 어디쯤인지도 모른 채
여러 날의 아침을 부인하다 나는 또 밤이 되어 갔다
나의 스티커는 오늘도 그에게 여전히 겸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