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썽이는 물의 문장을 받아 적으면
완독한 꽃말이 읽혀졌다
말라버린 줄기에 불을 피워
수요일 너머에서 수요일을 사는 사람
자르지 않은 손톱은 울음의 칼날
그 울음을 짧게 잘라내야 밤은 할퀴지 않는다
의심의 잎들이 부스럭거릴 때, 의심의 끝에서 중얼거리는 뿌리들
화분은 비어 있지만 어디선가 꽃들이 피고
나에게 도착하지 않은 계절은 아직 발아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여름은 붉은색
그때 우리는 수요일을 터뜨리던 공범이었다
꽃에 잠시 다녀갔던 빛의 감정이 희미해질 때
고요를 간질이며 우는 풀벌레 소리에 꽃의 심장은 붉어지고
당신 혼자만 환한 달빛이어서 나는 말라가고 있었다
돌 위에 짓이겨진 당신의 심장이 나의 손톱에 물들 때까지
내가 아름답게 물어뜯을 수요일이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