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 31번째 이야기)
올해 다문화 학생 수가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2012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꾸준히 늘어난 결과로, 전교생 1천 명 규모의 학교 200개를 채울 수 있는 수치다. 반면 전체 학생 수는 20년째 감소세다. 유·초·중·고교 학생 수는 555만 1천250명으로 불과 1년 사이 13만 3천여 명, 약 2.3%가 줄었다(자료: 2025년 교육기본통계),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다문화’라는 말은 낯설었다. 그러나 이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국제결혼, 다문화 가정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았고, 앞으로도 그 흐름은 확대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구글·테슬라·인텔 등 굴지의 기업을 성장시킨 토대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있었다. 다문화 구성원은 언제나 사회와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었다.
경기도만 보더라도 다문화 학생 수는 2025년 기준 5만 6천961명으로 전국의 28.2%를 차지한다. 특히 안산, 시흥, 포천 등 일부 지역은 한 학급의 절반 가까이가 다문화 학생일 정도다.
이 학생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다. 문화가 다른 곳 그리고 처음 접하는 곳에서의 적응은 누구나 쉽지 않다. 교육전문가들에 따르면 만 11세가 되면 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구나’ 하는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시기가 온다고 한다. 학생들마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우리 교육을 통해 메워줄 수 있다.
그동안 다문화 정책은 주로 한국 사회의 적응을 돕고, 소수집단의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종의 복지 차원의 정책이 중심을 이루었다. 그러나 다문화 학생의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접근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언어가 조금 서툴러도, 문화가 다소 낯설어도, 아이들은 같은 꿈을 꾸며 자란다.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보다 폭넓은 기회가 주어져야 할 때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고, 이는 곧 학습 부진과 학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문화 교육은 더 이상 선택적 지원이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교육 환경이다.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다문화학생이 다양성을 품고 글로벌 시대를 열어가는 새로운 세대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보낸 유년 시절이 행복한 기억은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삶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시간이 흘러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과의 우호적 관계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다문화 교육은 미래의 글로벌 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다. 나아가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를 놓는 일이기도 하다.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학교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준비하고 지원되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 경기한국어랭귀지 스쿨(KLS,경기한국어공유학교)이다.
경기도는 학교 현장에서 한국어 기초 없이 일반 학급에 배치되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2023년에 이 모델을 설계·도입했다. 초기에는 ‘경기한국어공유학교’로 출발했으나, 외국인 학부모와 학생에게 기능이 더 직관적으로 전달되도록 ‘경기 한국어 랭귀지 스쿨’로 명칭을 정비해 사용하고 있다.
도입 이후 확산 속도는 빠르다. 2023년 3개로 시작해 2024년 14개, 현재는 46개 과정까지 확대되었다. 학교는 학생의 학적을 생성한 뒤 위탁 형태로 랭귀지 스쿨에 보내고, 랭귀지 스쿨은 경기도교육감이 인정한 기관으로서 학력 인정이 가능한 교육을 제공한다. 운영 기간은 60일·90일의 단기 과정부터 1년 과정까지 지역 여건과 학생 수준에 맞춰 구성되며, 학교 밖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반도 함께 운영한다.
교육 내용의 핵심은 ‘한국어 우선, 교과는 한국어 기반’이다. 수학·과학을 가르치더라도 먼저 관련 한국어 어휘와 개념을 익히게 하고, 그 위에 교과 학습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는 학생이 기본 언어 틀을 갖추지 못한 채 곧바로 표준 교육과정에 진입하면서 겪는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설계이다.
다만 수요가 높음에도 접근성 과제가 남아 있다. 대개 지역당 1개소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화성처럼 넓은 지역에서는 이동 부담이 크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도청과의 1:1 교육 협력 모델을 추진 중이다. 지자체가 이동·통합 지원을 맡고, 교육청이 교육 운영을 책임지는 구조를 통해 실제 이용 가능성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이 모델은 도 단위 정책을 넘어 국가 표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경기도 모델을 참고해 전국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고 사업 명칭을 ‘한국어 예비 과정’으로 통일해 운영 중이다. 서울·인천 등 다른 시도에도 설치가 이어지고, 국회·교육부 발표 자리에서도 경기도의 경험이 참고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나아가 경기도는 제도화도 검토하고 있다. 일반 학교 배치 전에 일정 기간 랭귀지 스쿨을 우선 이수하도록 하는 ‘선이수제’가 그것이다. 현재 법률적 타당성을 검토 중이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학생과 보호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며 강제성을 띠지 않는 방식을 전제로 한다.
경기 한국어 랭귀지 스쿨은 ‘입학 전·초기 한국어 집중 지원’이라는 원칙을 제도화한 모델이다. 언어가 학습과 정체성 형성의 기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되, 지역 접근성과 학생 다양성을 고려해 기간·대상·운영 형태를 유연하게 설계했다. 이러한 기반이 튼튼해질수록, 앞서 말한 언어·문화의 장벽은 낮아지고, 다문화 학생의 학교·사회 적응은 한결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제는 체계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다문화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중등교육에서도 이어지는 맞춤형 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기교육은 전국 최초의 다문화 학생 대상 중·고 통합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학교는 2024년 7월 학교 신설에 관한 심의를 모두 통과했고, 현재 설계에 들어간 상태다. 2028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18학급, 360명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학급 편성은 중학교 9개, 고등학교 9개로 이루어지며, 전원 기숙형 체제를 갖춘다.
교육과정의 핵심은 개별화와 이중언어 교육이다. 학생의 수준과 배경에 따라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수학·과학 같은 교과는 모국어와 한국어를 병행해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된다. 예를 들어, 수학에 재능이 있지만 한국어가 부족한 학생은 러시아어 등 모국어를 활용해 학습을 이어갈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업 단절을 막고, 학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진로·진학까지 연결되는 통합적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국내 대학 진학은 물론 해외 대학 진학까지 염두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대학 전형 신설도 추진 중이다. 경기교육은 여러 대학과 협력해 다문화 학생을 위한 별도 전형을 만들고, 학생들이 국내 최고 수준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한다.
특히 이 학교는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을 함께 수용해 차별 없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수업은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하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며 성장하도록 설계된다. 우수한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이 함께 배우며 새로운 글로벌 리더십을 기르는 학교 모델을 지향하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고자 한다.
- 다음 글에서 <교실이 변하고 있다. 다문화 교육(2부)>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