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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의 새로운 사람 제프 이멜트

10. GE의 차기 회장을 임명하는 프로젝트

by 김병훈

10. GE의 차기 회장을 임명하는 프로젝트


GE는 아직 누구인지 정해지지 않은 웰치의 후임자를 일단 ‘NG’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사람(New Guy)의 약자로서, GE의 차기 회장을 임명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일종의 암호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어떤 사람을 후임자로 지목할 것인지를 비밀에 부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유일하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후임자를 선정하는 문제는 그 동안 내려야 했던 수많은 결정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결정보다도 힘들고 곤혹스러운 결정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후임자 문재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 때문에 며칠씩 뜬눈으로 밤을 새기도 했습니다. 후임자를 결정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는 아주 매력적인 후보자가 세 사람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GE 의료기기 사업부의 제프이멜트, 발전설비 사업부의 보브 나델리, 그리고 항공기 엔진 사업부의 짐 맥너니가 그들이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CEO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루어냄으로써 회사에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GE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그들 모두는 유능한 리더였을 뿐만 아니라 웰치의 좋은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웰치는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던 것입니다.

GE는 수년 전의 사업 집중화 모델에서 벗어나 강력한 가치들과 보상 체계를 밑바탕으로 하는, 비형식적이면서 잘 통합된 조직 체계로 발전하였습니다. 3명의 후보자들은 모두 그러한 조직사회 구조에서 배출되었습니다. 그들은 변화에 잘 적응했으며, 각자 자신의 분야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웰치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임하면서 다음의 4가지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첫째, 웰치의 뒤를 이을 후임자가 GE의 의심할 바 없는 최고 리더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지금까지 힘들게 이룩해놓은 GE의 기업 정신과 가치 체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지도 모르는 그런 해로운 인물들이 그의 주변에 있지는 않을까 해서 무척이나 조심스러웠습니다.

둘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인 요소도 배제하고 싶었습니다.

웰치가 경영권을 이어받았던 마지막 무렵에도 정치적인 요소가 상당히 개입되어 회사 내부에 불협화음이 있었습니다. 레그가 그런 정치적인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후보들을 좀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본사로 불러 모았고, 그로 인해 많은 정치적 요소들을 끌어들이게 됨으로써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었습니다.

셋째, 이사회가 후임자를 선정하는 일에 깊이 관여하기를 바랬습니다.

회사가 계속 발전하려면 이사들 간에 후임자에 관한 이견이 없어야 했습니다. 그들 모두 어떤 한 사람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넷째, 적어도 10년 정도는 정열적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젊은 사람을 뽑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무언가 기억에 남을 만한 커다란 업적을 남기기 위해 무모한 일을 싶어하고픈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1994년 봄부터 고난은 시작되었습니다. GE는 웰치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를 대신할 수 있는 몇몇 사람들의 명단을 언제나 작성해 두고 있었습니다. 리스트 작성을 위해서 임원개발담당 부사장인 척 오코스키이상적인 CEO가 갖추어야 할 자질들을 몇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도덕성, 가치, 비전, 리더십, 결단력, 공정성, 에너지, 균형 감각, 용기 등이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척의 리스트에는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소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용기’ 등과 같은 성품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웰치는 ‘차분하고 분별력 있는 판단’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두둑한 배짱과 같은 항목을 몇 가지 추가시켰습니다. 하지만 자질들의 목록을 만드는 일은 선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인사회의 자료들을 뒤적거려서 23명의 후보를 추려냈습니다.

1998년에 8가지 기본 목표를 담은 새로운 지침서를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그 지침서는 웰치에게 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 가장 강력한 리더를 선택하라.

2. 기업 경영에 필요한 덕목들을 가장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인물을 찾아라.

3. 경영권 승계 과정이 끝난 뒤에도 모든 후보자들이 계속해서 GE의 경영자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하라.

4. 비정상적인 경쟁을 최소화하라.

5.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후보자들은 개인적으로 면밀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라.

6. 후보자들이 회사의 여러 측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사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라.

7. 언제든지 모든 것을 백지화하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8. 4번과 5번 항목에 유의하며 항상 선택의 폭을 열어두어라.


이것은 물론 회사의 희망 사항를 적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상당히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여덟 가지 지침을 모두 다 지킬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3번 항목의 경우에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그들은 모든 후보자들이 끝까지 남아 있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었습니다. 4~5명 정도의 후보자들이 다른 후보자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기 위해 모두 페어필드로 오게 하는 것은 과열 경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었고, 또 다른 지침들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었습니다.


경영권을 승계할 후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과정에 회사 내부의 어떠한 정치적인 요소도 개입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일입니다. 2000년 10월 29일 일요일 밤에 웰치는 드디어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웰치는 이사들에게 왜 제프가 GE의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는 GE의 의료기기 사업부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루어냈고, 그것은 앞으로 GE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에도 충분했습니다.

웰치는 제프가 뛰어난 지성과 결단력, 그리고 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특성을 두루 겸비한 완벽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프는 정말이지 편안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습니다.

데니스는 제프의 뛰어난 리더십과 고객중심 사고방식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보브는 제프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어떤 식으로 극복해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임박했을 무렵, 웰치는 제프가 최적의 인물임을 확신했습니다. 이사들은 잠시 의견을 나눈 뒤 만장일치로 웰치의 의견에 동의해 주었습니다. 제프가 GE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웰치에게 너무나 큰 기쁨이었습니다. 제프는 재치 있고 똑똑했으며, 높은 비전과 열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진정한 CEO였습니다! 보카 경영책임자회의의 폐회 연설을 하는 도중에 웰치는 제프가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처음으로 아버지가 되었을 때 느꼈던 자부심과 긍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웰치는 확신했습니다. GE가 선택한 ‘새로운 사람(New Guy)’은 바로 GE의 ‘적임자(Right Guy)’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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