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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즈 작가 Oct 30. 2022

Be My Love, 키스 자렛

1부. 사랑, 그 설렘 - 나의 사랑이 되어주세요


나의 사랑이 되어주세요

당신 말고는 다른 어느 누구도 이 갈망을 끝낼 수 없기 때문이죠


나의 두 팔을 채워주세요

당신의 달콤한 욕망으로 영감을 준 내 꿈을 채운 것처럼 말이죠


나의 사랑이 되어주세요

그리고 당신의 키스로 나를 타오르게 해 주세요


내 운명을 결정짓기에 필요한 건 단 한 번의 키스뿐이죠

우린 두 손을 잡고 사랑이 약속된 땅을 찾을 거예요


내게는 당신 외에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영원히

당신이 나의 사랑이 되어준다면요.






우수 雨水


얼었던 땅이 녹고

눈이 비로 바뀌고


긴 겨울 밤새 웅크리고 있던 자연은 그렇게

하나, 둘,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반짝 꽃샘추위도 잠시,

얼어붙어있던 가지들에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이내 찬바람은 다시 따뜻한 봄바람으로 바뀌어 불어오겠지.


키스 자렛의 선율이 고픈, 그런 날.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1999


오랫동안 재즈를 사랑하고 있는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담은 앨범

눈을 감고 그의 플레이를 들으면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1997년 12월


키스 자렛(Keith Jarrett)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로즈 앤을 위해 테이프를 녹음한다. 그의 집 바로 옆에는 스튜디오가 있었는데, 깨어서 반쯤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는 테이프 레코더를 켜고 몇 분 동안 연주를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작업을 하기에 그는 너무나 힘들었다. 활동을 쉬는 동안 그렇게 그의 홈 스튜디오에서 음악들은 녹음되어 갔고, 1999년. 음악활동의 대부분을 함께 해온 그의 오랜 음반사 ECM을 통해 그는 피아노 솔로 앨범 <The Melody At Night, With You>을 발표한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이 전부였던 그에게 찾아온 정체불명의 질병, 만성피로증후군으로 그는 한동안 연주가 어려울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손이 마비되고, 다시는 음악을 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크나큰 상실감에 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외롭고 고독한 싸움을 마주해야 했던 그, 그리고 그런 그의 곁을 지켜주었던 로즈 앤. 이후 차츰 회복되어가고 다시 찾게 된 힘으로 그는 지난 시간들 속에 감사함과 사랑을 담아 그의 연주에 고스란히 녹여냈을 것이다. 그동안 보여주어 왔던 플레이와는 다르게, 극도로 절제된 깊은 내면의 다이내믹을 그가 가진 언어로 섬세하고 부드럽게 풀어놓았다.



나는 피아노 연주에 대해 배운 것이 있습니다.

마음은 음악의 출처를 결정합니다.
그 녹음에는 기교보다 더 많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가지고 있던 것을 마음에 담아둔 것은
여러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키스 자렛






2017년 2월 15일


키스 자렛은 뉴욕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했다. 그리고 그날의 공연이 그의 공개석상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되고 말았다. 그는 이듬해 2018년 3월, 리사이틀을 위해 카네기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공연은 그의 나머지 콘서트 일정과 함께 갑자기 취소되었다. 당시 그의 음반사 ECM은 그에 관해 건강 문제를 언급했고, 2020년 10월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뉴욕 타임스에 기사가 올라온다.



Keith Jarrett Confronts a Future Without the piano



그는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분명하게 전해왔다. 2018년 2월 말, 그에게 첫 번째 뇌졸중이 발생했고, 그 해 5월 또 다른 두 번째 뇌졸중이 발생했으며, 그가 대중 앞에서 공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뉴욕 타임스와의 연락을 통해 "나는 몸이 마비되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지금은 피아니스트가 된 기분이 아니에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뿐입니다.


더 이상 자신을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조금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키스 자렛의 평생에 걸쳐 달려온 그의 기나긴 음악 여정을 돌아보면 스스로 그런 말을 전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끊임없이 쉬지 않고 활동에 매진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아니 꽤나 자주 그의 앨범을 찾아 꺼내어 듣곤 한다.

그의 기사를 접하고 난 후 다시 꺼내어 듣는 그의 음악이 유난히 더 아름답고 슬프게 들려온다.

그의 플레이에서 그가 살아온 인생이 천천히, 그리고 다시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오랜 기간 그와 함께 트리오로 활동해왔던 게리 피콕도 세상을 떠났고, 칙 코리아도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음악이 전부였던 그에게, 일생에 기억될 만큼 중요한 한 페이지를 함께 장식했던 이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또 본인마저 왼쪽이 마비되어 더 이상 예전 같은 연주를 할 수 없는 채로 남은 생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며, 그는 지금 어떠한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을까. 한 사람으로서, 한 음악인으로서, 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마음 가운데 깊이 박힌다. 오늘따라 그의 연주가 사무치도록 슬프고도 아름답다.


봄이 오고 있는 계절이다.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안식과 위로가 되어주던 그의 음악을

나는 오늘도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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