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연필(yellow pencil)-STAEDTLER
연필이라고 하면, 초등학교 때 쓰던 천 사각필통이 떠오른다.
첫 담임선생님은 꼭 연필 다섯 자루를 챙겨 오라 하셨다.
성함은 기억나지 않지만, 첫날 들었던 그 말만은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손에 잡히는 것에서부터 나온단다.
옆에 친구도 소중할 테지만, 네 옆에 있는 가까운 물건부터 잘 챙겨라.”
아마 그때부터 나는 물건에 마음을 얹는 법을
어렴풋이 배우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뭔가 끄적일 때면
샤프보다 연필이 더 편하다.
서울에서 지낼 당시,
강북의 큰 문구점과 강남의 큰 문구점에서 몇 달 일했다.
그 시절 나는 문구 세상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때, 스테들러라는 브랜드를 처음 만났다.
스테들러와 파버카스텔은 모두 독일 브랜드인데,
한쪽 매대에는 색연필 가격이 꽤 비싸던 기억이 있다.
스테들러는 파버카스텔보다 조금 저렴했지만,
품질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브랜드를 처음 알고 난 이후로,
나는 17년부터 지금까지 8년째 같은 연필을 쓰고 있다.
연필깎이는 소형 휴대용을 들고 다니기도 했지만
딱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큰 샤파 연필깎이로 정착했다.(mz... 아니 m세대는 알 거다.. 먼지..)
필기감도 좋고, 포스트잇 위를 서걱서걱 지나가는 맛도 좋다.
샤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촉감이다.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차이를 안다.
물건이 단종될까 봐 생긴 일종의 ‘단종 포비아’ 때문에
한동안은 쟁여두기도 했다.
지금도 한 다스씩 사두며
인생의 고락을 함께 지나가는 중이다.
가끔은 책상에서 나 몰래 굴러 떨어져
흑심이 날아간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무뚝뚝한 나에게 와 있어 준 게 고맙기도 하다
기특한 녀석-....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