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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Dec 02.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13)

똥개 훈련

내 이름을 다시는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해 응접실 소파에 않은지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아 침대 창살을 또 두드리는 시아버지 때문에 나는 극도로 흥분되어 몸을 었다.


나: "또 뭐 에요? 나 안 괴롭히기로 했잖아요?"
시아버지: "나 추워! 덮어"

 

이불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나를 부를 이유를 만들어 내느라 일부러 큰 베이지색 바탕에 불그스레한 꽃무늬가 있는 이불을 바닥으로 떨어 뜨린 것이었다.


나: "나를 부를 이유를 만들려고 일부러 이불을 땅에 떨어뜨렸죠?"
시아버지: "{발뺌을 하며} 아냐 저절로 떨어졌어"
나: "당신이 못 하는 일이 어디 있어요? 내가 당신을 잘 알아요"
시아버지: "{침묵-인정}
나: "침대에 창살이 있어서 이불이 저절로 떨어질 수가 없잖아요, 다음에 또다시 이불을 떨어뜨리면 다시는 안 덮어 드려요"
시아버지: "{또 억지를 쓰며 소리를 지른다.} 다시는 안 그럴게"


다시는 안 그런다는 말을 봐서 시아버지가 이불을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나는 다시 응접실로 돌아와서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겠지만 예의고 자존심이고 병원에 두고 온 듯하여 가슴을 조마조마하며 시계를 보며 기다리자 아니나 다를까 채 삼분도 안 돼서 또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 "왜 또 그러세요?"
시아버지: "나 추워 이불 덮어"


이번에는 이불을 모두 다리 밑으로 넣어 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를 똥개 훈련시키듯 할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개가 아니고 똥개는 더더욱 아니다.


나: "나 이제 화났어요, 우선 왜 이불을 다리 밑으로 넣어 놓고 나를 부르나요?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당신 오른손으로 이불을 꺼내 덮으면 되는데 나를 왜 불러요. 이제는 내 참을성도 끝장이에요. 나 우리 집에 가야겠어요"


나는 내 외투와 양말을 갖고 와 시아버지 방에서 입고 양말도 신었다. 순진해져서 어린아이 같아진 시아버지에게는 연극하는 것을 눈으로 보여줘야 실감이 날 것 같아서이다. 그리고 일부러 문도 꽝하고 닫아서 내가 화가 났다는 것과 내가 정말로 집으로 간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리고 집에 가서 정말 오랜만에 시아버지가 나를 부르면 어떻게 하나 하는 노이로제 없이 단잠을 잤다. 하지만 병든 사람을 혼자 둘 수는 없으니까 남편 앤디는 시아버지 집에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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