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옥 Jan 13.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68)

못된 간호원을 쫓아내다

4월 27일

# 못된 간호원을 쫓아내다


유럽이나 동양이나 어딜 가나 사람 인상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새로 우리 시아버지를 돌보러 오는 , 실비아, 라는 간호원이 말도 표정도 거칠어 우리 맘에 들지 않았다. 우리가 없으면 저항할 수 없는 아버지를 간호원들이 어떻게 대하는지 염려돼 부드럽고 맘씨 좋은 간호원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는 보호자인 우리가 없는 줄 알고 , 실비아, 는 큰 소리로 시아버지를 야단치며 못 살게 굴었다. 실비아는 시아버지더러 작은 독종이라며 왜 그렇게 움직이냐고 소리쳤고 당신 아들과 며느리는 뭣들 하는 거냐며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밤 근무를 하고 돌아와 자고 있던 남편 안드레아스는 그 여자가 소리 지르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다. 가게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온 나는 화가 나 그 간호원 회사 주인 '쾨닠'씨에게 전화를 했다. 

나: "실비아가 오전에 우리 시아버지에게 왔다 갔는데 내 남편이 자고 있는 것을 모르고 큰 소리로 시아버지를 야단치고 우리가 무엇들 하는 거냐고 했다는데 실비아를 다시는 우리 집으로 보내지 마세요,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우리가 집에 없으면 시아버지가 그 여자의 간호를 받게 될 텐데 맘이 안 놓여요 그런 사람은 신뢰할 수가 없지요 우리 시아버지는 저항을 못 하고 꼼짝없이 당하기만 하니까요. 우리도 잘못하는 게 있겠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최선을 다해서 사랑으로 하고 있어요. 곧 간호원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 왜 우리가 시아버지의 몸을 씻어 드려야 해요? 그러면 간호원이 올 필요가 없게요?"
쾨닠씨: "실비아가 그랬을 거라는 게 상상이 안돼요"
나: "내 남편이 그 여자가 큰소리치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는군요,  녹음을 해 놓을걸 그랬다고 했어요"
쾨닠씨: "알았어요, 그럼 다른 간호원을 보내도록 할게요"

그러고 나서 나는 시아버지 방으로 가서 염려스레 물었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당신 편이라는 것을 알려 다친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한 의도로 말이다. 

나: "실비아가 나빴지요?"
시아버지: "아니 안 나빴어"
나: "실비아가 우리 집에 다신 오지 못하게 쾨닠씨랑 얘기했어요. 잘 됐죠?"
시아버지: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사람은 용서할 줄 알아야 해"
나: "당신 말이 옳아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잘못하면 용서할 줄 알아야 하지요. 우리 모두가 
잘못을 하니까요. 하지만 실비아가 저와 같이 건강한 사람에게 그렇게 했으면 문제가 다르지요.  그런데 그 여자는 힘없는 환자에게 그렇게 일방적으로 못되게 굴었으니까 심보가 나쁜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한테 당신을 맡길 수는 없지요"

어쨌든 우리는 아버지의 반응이 의외여서 놀라웠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이래라저래라 하기보다는 못 들을 말도 들으면서 묵묵하게 조용히 살고 싶은 모양이다. 남편 안드레아스도 자기 아버지가 옛날 같았으면 성미가 급한 양반이 화를 내고 문을 가리키면서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했을 텐데 이제는 풀이 완전히 죽어 모욕도 담담히 받아들이며 용서 운운하는 그런 아버지가 한없이 불쌍한 모양이다. 

나: "우리들 보고 직접 뭐라고 했다면 서로 대화를 해서 풀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실비아는 병든 환자를 보고 권력을 휘두르듯이 못 된 말을 한 것을 보면 마음 바탕이 고약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 여자가 계속 오면 우리가 불안해져서 안 돼요. 간호원이 그 여자밖에 없나요? 쾨닉 씨도 그 여자를 안 보낸다고 그랬어요.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우리가 당신을 잘 지켜 주 주지 않으면 누가 당신을 지켜 주나요? 어쩐지 인상이 고약해서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더니 라니"

그러자 시아버지는 감동했는지 우는 흉내를 낸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많이 울던 시아버지는 중풍에 걸리고 나서는 울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갓난아기들이 앵앵 울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잘도 울듯이 시아버지는 그 점에 있어서도 아이들을 닮았다. 훌쩍훌쩍 우는 것 같아도 눈물은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4월 28일


쾨닉 씨의 오른손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티아나란 간호원이 실비아를 대신해서 왔다.

조심스럽게 우리의 의사를 타진한다.  

크리스티아나: "실비아가 다시와도 되겠어요? 쾨닉 씨와 저랑 실비아가 한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대화를 했어요, 다음부턴 잘하겠다고도 했고요"
나: "아뇨, 우린 우리 아버지를 실비아한테 맡기고 싶지가 않아요"
크리스티아나: "오케이 한번 여쭤 본 것뿐이에요"

크리스티아나가 시아버지의 기저귀를 가는데 시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끊임없이 몸을 뒤척이고 움직여 간호원이 하는 일을 어렵게 한다.  

크리스티아나: "바로 이런 상황에서였을 거예요. 그래서 실비아가 약간 큰소리를 했다고 그러더군요, 그렇지만 당신 시아버지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잖아요?"
나: "약간 큰 소리를 했다고 그러던가요? 사람은 자기 잘못을 알아도 고치기가 힘든 법인데 자기가 한 일을 인정조차 하지 않으면 그 여자가 잘못을 고친다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지요"
이전 22화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6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