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 동아리 오디션 1

연합 동아리 '아름소리'

by 토박이

그래, 이거다!

대학 연합 합창 동아리 ‘아름소리’

서울 소재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동아리였다.

합창의 특성상 여성 단원이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남자들뿐인 학교 생활에 슬슬 질려가던 나에게, 이보다 더 맞춤형 동아리는 없었다.

물론 합창은 생소한 분야였다.

내가 아는 거라곤 테너랑 소프라노, 딱 그 정도였기에.

그렇지만 합창도 결국 노래 아닌가.

노래라면, 솔직히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던 나였다.



그런데 원래는 음치였다.

내가 달라진 건 두 친구 덕분이었다.

첫 번째는 곰팽이다.

우리 학교 밴드부 보컬이었던 곰팽이와 나는 한때 기숙사 같은 방을 썼다.

가수가 꿈이던 곰팽이는 시간만 나면 학교 앞 오락실 노래방, 이른바 ‘오노방’으로 향했다.

나는 그런 곰팽이를 따라 오노방을 자주 들락거렸다.

정윤이에게 불러줄 노래를 연습하고 싶었으니까.

물론 결국, 한 곡도 제대로 불러주지 못했지만...

두 번째는 준영이다.

나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쥐어준 조금 특별한 기숙사 친구.

어머니가 데몰리션 노래방을 하셨는데,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우리는 둘이서 그곳으로 갔다.

오노방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나에게 그 시간은 무척 소중했다.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거의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노래에 관심도 없던 음치에서, 제법 실력 있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었다.

그 변화 덕분에, 나는 자신 있게 대학 연합 합창 동아리 ‘아름소리’에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름소리는 합창 동아리답게 아무나 가입할 수는 없었다.

서울권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통해 필요한 인원만 선발했다.

당연히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동아리 측에서 요구한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지정곡.

동요 산토끼였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가감 없이 부르는 방식.

동요라니... 처음엔 의아했다.

아마 기본적인 음감과 박자감을 확인하려는 듯했다.

쉬운 곡일수록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

두 번째는 자유곡 최대 두 곡.

이건 오히려 반가웠다.

그동안 가장 많이 불렀고, 가장 자신 있던 노래들.

까다로운 곰팽이마저 내 음색과 잘 어울린다며 인정했던 바로 그 곡들이었다.



오디션까지 일주일.

나는 같은 반 동기 몇 명을 끌고 노래방으로 향했다.

“인마 완전 미칬네. 니깟게 무슨 합창이노.”

“거기 여자 많다잖아. 근데 쪽팔리게 떨어지는 거 아니냐?”

동기들은 놀려댔지만, 막상 노래방에 들어가니 진지하게 피드백을 해줬다.

박자가 빠르다느니, 고음에서 힘을 빼라느니, 눈 감은 내 표정이 상당히 빡친다느니.

하나하나 짚어주며 함께 연습해줬다.

D-1 마지막 연습 날.

“같이 가자 하지 못했나~ ......”

후우... 후우...

마이크를 내려놓고 뒤를 돌아봤다.

쓰윽-

그동안 말없이 듣기만 하던 석환이가 노래가 끝나자 천천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됐다.

이 정도면 붙는다.

나는 이제 하산할 준비가 끝났다.



드디어 오디션 당일.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성북구 종합사회복지관으로 향했다.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들었던 첫 생각.

아주 나이쓰!

예상은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입구부터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역시 합창 동아리답게 여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게 바로 내가 찾던 대학 생활이지.

오늘은 모집 마지막, 3차 오디션.

이번에 떨어지면 끝이었다.

다시는 기회가 없다.

나는 단단히 다짐했다.

무조건 붙는다.



복도로 들어서니 동아리 선배들이 긴 책상에 앉아 지원서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밝은 얼굴로 지원자들을 맞이했다.

반면, 한쪽 구석에 모여 선 다른 무리는 지원자들을 힐끔힐끔 훑어보며 뭔가 수근거렸다.

아, 벌써부터 평가가 시작됐구나.

괜히 등을 곧게 폈다.

나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선배들의 얼굴을 슬쩍슬쩍 살폈다.

귀엽고, 매력 있고, 분위기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여자 선배들 얘기다.

빨리 누나라고 부르고 싶었다.

반면에 남자들은 뭐 그닥...

이윽고 내 차례가 왔다.

이름, 학교, 학과를 또박또박 적고 안내에 따라 들어가 제일 뒤쪽 빈자리를 찾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위를 둘러봤다.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았다.

이미 스무 명은 훌쩍 넘어 보였고, 그사이에도 계속 사람들이 들어왔다.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많긴 했지만 남학생도 제법 눈에 띄었다.

남학생들은 대체로 혼자였다.

나처럼 멀뚱히 앉아 주변을 훑어보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긴장을 감추려는 듯했다.

그들도 이성을 찾아 온 걸까, 아니면 정말 합창이 좋아서 온 걸까.

이유야 어찌 됐든, 내겐 모두 경쟁자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생각보다 화기애애했다.
선배들이 오가며 지원자들에게 말을 걸었고, 긴장 풀라며 농담도 던졌다.

그럼에도 공기 속엔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얇게 깔려 있었다.

초조한 마음에 나는 머릿속으로 노래 가사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첫 소절, 후렴구, 마지막 고음 부분까지.

까먹지 않으려고 몇 번이고 반복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와 대기실 앞쪽 단상에 올라섰다.

웅성거리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밝은 목소리가 대기실을 가르며 울렸다.


“자, 이제 그럼 3차 오디션 시작하겠습니다!”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