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식 2

연합... 동아리?

by 토박이

우웨에에엑-!

목구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바케스 안으로 막걸리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멈출 수가 없었다.

코에서도 막걸리가 줄줄 흘렀다.

눈물까지 핑 돌았다.

얼굴의 구녕이란 구녕에서 죄다 막걸리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ㅅㅂ 이런 개 같은!

무슨 함께여서 좋다는 거 다 취소! 개뻥!

내가 죽게 생겼는데 함께는 무슨 함께 옘병할.



사실 첫 바가지까지는 괜찮았다.

옆 동기의 속도를 슬쩍 확인하면서,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나름 페이스 조절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빨리 마셔봤자 소용없다.

다 마시고 동기를 기다리는 게 더 지옥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밑에 있던 바가지로 갈아탄 순간-

이야~...

내가 마신 것보다 더 많이 흘렸더라.

그때부터 엇박자를 타기 시작했다.

호흡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그걸 어떻게 다 마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마... 이런 게 해리성 기억장애?

혹시라도 지금 이 글을 읽었는데 사발식이 예정돼 있다면, 잠수 타는 걸 추천한다.

어차피 그날만 지나면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 아무도 관심 없다.

단, 선택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세수를 하러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빈속에 막걸리를 들이부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거울 앞에 섰을 때, 거기 비친 건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잘생긴 얼굴이 막걸리와 콧물과 눈물로 엉망이 됐다.

급히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 위로 미끄러지는 물방울.

초점 없는 눈빛.

비현실적으로 몽롱한 분위기.

잠시 거울 속에 빠져들고 있을 때였다.

“끄억... 으으...”

한쪽 구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살짝 열린 변기 문 사이로 다리 하나가 축 늘어져 있었다.

“저, 저기요...?”

대답이 없었다.

그냥 갈까.

근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에이씨.

“거기... 누구세요?”

여전히 침묵.

심장이 빨라졌다.

슬금슬금 다가갔다.

“...나, 나 문 연다. 어!”

슬쩍 문을 밀었다.



세상에.

석환이가 변기에 얼굴을 처박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석환아! 괜찮냐?”

흔들어도 꿈쩍 않았다.

아, 맞다.

얘 막걸리를 못 뱉었지.

먼저 사발식을 한 석환이는, 원샷한 막걸리를 끝내 토해내지 못했다.

바케스 통 앞에서 한참을 헛구역질만 하더니 결국 포기하고 돌아섰었다.

꼭 한두 명은 있다더니.

평소 음식 남기면 벌 받는다며 바닥까지 싹싹 긁어 대던 녀석.

아까울 게 따로 있지. 그걸 못 뱉어서... 으휴, 쯧쯧.

몸은 괴로운데 토할 수도 없고.

변기를 껴안은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영기야... 나 죽을 것 같아...”

석환이는 살려달라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송아지 같은 눈이었다.

외면할 수가 없었다.

새터 끝나고 돌아오던 버스 안, 오바이트로 범벅된 바닥을 함께 닦아줬던 놈이었다.

“내가 손가락 넣어줄게. 대신 너, 꼭 토해. 알았지?”

석환이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변기 칸 안으로 들어가 석환이 턱을 잡았다.

“자, 입 벌려. 아~”

“아~~~”

여자친구한테 과자 주는 것도 아니고.

참나,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현타가 씨게 왔지만 참았다.

오른손 중지를 석환이 목구멍 깊숙이 밀어 넣었다.



커억... 우욱... 읍... 읍!

나올 듯 말 듯,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석환이가 괴로운 듯 몸부림쳤다.

“쓰읍, 가만 있어! 어헛, 힘 빼. 힘 빼! 입 벌려!”

손가락이 물릴까 아찔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사람들이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저 안에서 지금... 뭐 하는 거야?”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읍... 읍... 우욱... 콜록콜록

“좋아. 쫌만 더... 그래.”

슬슬 둘 다 지쳐 갈 때쯤.

케엑... 커억... 우우... 우웨웨엑-!

쏴아아아-

마침내 댐이 터졌다.

내 속이 다 후련했다.



“석환아, 쭉쭉 토해. 나오는 만큼 다 뱉어.”

손을 씻고 소변기 앞에 섰다.

시원하게 일을 보는데, 이상하게 가슴은 더 답답해졌다.

남들은 벚꽃이다 한강이다, 데이트하느라 바쁠 텐데.

나는 동기 목구멍에 손가락이나 쑤시고 있다니.

소변보다 더 뜨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내 대학 생활은 ㅅㅂ...

왠지 이렇게 어영부영, 올해도 넘어갈 것 같았다.



막걸리를 그렇게 들이부었더니, 오줌이 도무지 끝날 줄을 몰랐다.

눈앞 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재밌는 낙서들이 눈에 띄었다.

그곳엔 참 별의별 사연들이 다 있었다.

남녀 누드화 아래에 지 싸인을 자랑스럽게 휘갈겨 논 피카소도 보이고.

국문과 00학번 조성화 씨발*아, 얼마나 잘 사는지 꼭 두고 본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행복을 빌어주는 로맨티스트도 있었다.

부모님, 절 낳아 주시고 잘 길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엔 반드시 졸업하겠습니다.

차마 부치지 못한 불효자의 편지까지.

근데.

남자친구 구함 016-625-1869

이 미친놈.

이 새끼는 과연 뭐 하는 새낄까?

호기심에 줄줄이 훑어보던 그때였다.

지저분한 낙서 틈에, 유리테이프로 단정히 붙여 둔 자그마한 프린트 한 장.

어...?


‘대학 연합 합창 동아리 신입생 모집’


땃 따라닷~ 따라닷~ 따따- 쿵짝짝! 쿵짝짝! 따라리라리라~

순간, 내 귀에선-

요한스트라우스의 봄의 왈츠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