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 ‘그냥 된장찌개 먹고 살게‘

ubc울산방송 미디어기술국 부장 장주영

by 김밀


이 정도 되면 손글씨가 그 사람의 다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는 나에게 경제를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지나고 보니 그가 ‘대출도 자산이야’라고 했을 때는 너도나도 영끌해서 부동산 투자를 할 시기였고, ‘애플 주식 사. 한 달에 한번 저금하듯이 사모아’ 라고 할 땐 어김없이 애플이 폭락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소 귀에 경 읽기. 그가 무언가를 하라고 할 때마다 나의 답은 늘같다.


- 선배. 나는 그냥 된장찌개 먹고살게.


만약 한 사람의 인생을 실용성과 쓸모에 맞춘다면 그는 전국에서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들지도 모르겠다. 중국 글씨로 나오는 이북리더기를 가지고 끙끙대고 있을때 한글화 작업을 해준 것도, 새 차를 구입할 때 딜러한테 선팅은 최소 이 브랜드로 해달라고 하고, 공짜로 주는 우산 같은 것도 챙기라고 한 것도, 편의점에 가서 천원짜리 무얼 하나 사 왔다고 하더니 자급제 알뜰폰으로 개통해 준 것도, (덕분에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맡고 있던 ‘최상위 호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매달 만칠천원에 모든 것을 무제한으로 쓰고 있다) 또 무슨 제품을 살 건데라고 하면 돈 아낄 수 있는 정보를 쏟아내는 것도 모두 그다.


- 어? 팔마 샀네. 나 이거 너무 사고 싶었는데, 비싸서 못 샀다.

- 팔마긴 한데, 기능이 두 개 정도 없는 거.


전문가는 다르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능을 걷어낸 이북리더기를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을 해서는 밤에도 근무해야 하는 주조실에서 꽤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듯했다. 밀리의 서재에서 랭킹권에 있는 책을 추천하는 걸 보면.


- 급류 읽어봐라. 재밌다.

- 읽었다. 난 쏘쏘.


팔마를 살 때도 그를 먼저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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