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 ‘의사면 뭐하냐고 시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 원장 이마취

by 김밀

( 사생활이 포함돼 있어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


그저 툭하고 부탁했는데 툭하고 써 내려간 손글씨. 직업 한 방울 넣은 명확한 메시지에 눈이 커지면서 시덥잖은 농담을 던졌다.


- 원장님, 제가 그동안 원장님을 알로 보고(깔보고), 무시하고, 그것도 개무시를 했는데 오늘에서야 사과 드립니다.

- 너는 이상 문학상이나 황순원 문학상 같은 거 안 보냐? 서점 가서.

- 개잘난척하시네요.


그와는 두 달에 한번 모인다고 해서 ‘두한모’라고 이름을 지은 모임을 하고 있다. 후배 피디, 후배 아나운서, 퇴사를 하고 지금은 수학강사를 하고 있는 선배 피디, 그리고 이마취 원장과 하지정맥류 원장, 나까지 모두 여섯 명의 멤버. 그가 있어서 두한모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는 걸, 그는 알까? 늘 만만치 않게 나오는 술값을 내는 그는 숨김없이 본인의 이야기를 꺼낸다. 이해관계로 얽히기 쉬운 인간관계에서 일로 만나 강산이 한번 바뀔 동안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원장님의 특유의 솔직함과 소탈함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적재적소에 나오는 잘난 척과 욕 덕분이다.


- 내가 전라도 말투가 나오잖아. 아직까지도 일 년에 한 두명은 말투만 들어보고 그냥 나가 버려.

- 병원이 시장 안에 있으니께 번듯한 데가 아니라. 그래서 그런가, 오는 환자들이 무시를 할 때가 있어. 내 말을 안 들어버려.어떻게 하냐고? 예전에는 네네 했는데 이제는 딴 데 가라 그라재.

- 내가 옥과에서, 우리 동네 이름이 옥과여. 곡성 옆에 옥과. 거기서 일등을 했재.

- 야 너는 왜 맨날 내 말을 까먹냐, 내가 저번에도 한 말인데, 왜 맨날 까먹어.

- 너는 작가라는 놈이 뭘 그렇게 모르냐.

- 여기 좋네. 나중에 마누라하고 딸들 데리고 와야것어

- 내가 몰랐어. 우리 아버지가 자살 시도를 했대. 나중에 들었재. 어머니가 그러더만. 동네 사람들하고 마찰이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아들이 남들이 말하는 돈 잘 버는 의사인데 그라면 뭐하냐고. 시발.


최근 모임에서 그는 ‘용기’를 선보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이 ‘용기’인데, 그래서 20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게 ‘용기’인데, 삶을 바꿀 수 있는 단 하나가 바로 ‘용기’인데, 쉰을 바라보는 그가 용기를 냈다.


- 나 병원 내놨어. 오기 전에 서류를 내야 하는데 형식에 안 맞게 써가지고 못 내고 왔어. 순천으로 가. 거기 병원장으로 가는 건데 모르것다. 믿고 따르는 선배가 말해서 선배 믿고 가는 거여. 와이프하고 딸들하고 다 같이. 지금보다 수입이 적어지니까 와이프는 싫어하재. 나중에 순천 놀러 와. 응? 그래 맞어. 나 용기낸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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