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꽃같던 25살 엄마에게 39살 딸래미가.

by 솜사탕수박라떼

오늘은 사랑하는 우리 임여사님 생신입니다.

매년 편지를 써야지 하다가 막상 종이를 앞에두면 눈물이나서 미루어버렸습니다.

어렸을 때는 '엄마'를 떠올리면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한살한살 나이를 먹고, 아이를 기르고, 거친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당신의 대한 감정이 딱 한마디로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헤졌습니다.

딸로 태어나 한 여자로서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께 해드리고 싶은게 많았을 것이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을 때 이루고 싶은 행복한 가정에 대한 소망이 있었을 것이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이겨내야할 고달픔이 있었을 겁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지만

아주 평범해보이는 이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고 있습니다.


별의 별일을 다겪었지만

누군가가 '세상에서 뭐가 제일 힘들었어?' 라고 지금 묻는다면

'엄마'가 되는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이의 엄마가 되는건

내 색깔을 많이 버려야 가능한 입입니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면 내가 너무 진한색을 가지고 있으면 안되더라구요.

나의 진한 색이 아이에게 물이 들어버려

곧 자기색을 잃고마니까요.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면 아이옆에 있는 배경색과 같은 색으로 항상 옆에 있어야 하더라구요.

그래야 아이는 고유의 색을 찾아가고 다른 환경과 어울려 빛나기 시작하죠.


어쩌면 당연히 생각했던 이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어요.

내가 갖고 있던 물감들을 다 덜어내야 하니까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항상 더 강하게 더 강렬하게 내 색깔을 내 뿜어야 나의 존재감을 보여 줄 수 있었기 때문에 꼭 물빠진 듯한 내모습은 '나'를 잃어버리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아마 그 때쯤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나'가 아니고 누구 엄마로 불리는 것.

나도 이름이 있는데 아무도 내 이름은 궁금해 하지 않아요.

지금도 밖에 나가면 나는 내 이름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

'누구 와이프' '누구 엄마' 나이드신 어떤 분에게는 '백수전자 딸래미'로 불립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타고는 쭉 엄마는 '현정엄마'로 불린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그렇게 잘되고 싶어서 아등바등했는지도 몰라요.

사실 어렸을 때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지만 꿈이 없었어요. 내가 바라는 건 하나였습니다. 엄마 아빠한테 자랑스러운 딸이 되는 것. 그 흔한 과외 한번 없이 멋진 학교에 가서 동네 현수막도 붙이고 다른 엄마들이 엄마를 부러워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안됐을 땐,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에 들어가 주변에 부러움을 받았으면 했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았죠. 하늘이 많이 원망스러웠어요.


근데 아이가 자라는걸 보면서 느낍니다.

아이가 뭘 하지 않아도.

잘 자라고 건강하기만 해도 자랑스럽다는 것을요.

첫 걸음마를 했을때,

처음 말을 했을 때,

처음으로 폴짝 거리며 춤을 출때,

그냥 엄마의 세상에는 이 아이가 제일 멋지고

내가 얘 엄마여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걸요.


내가 세상 살이에 허기짐을 느꼈을 때

서울에서 만나는 그 어떤 음식도 나의 허기짐을 채워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집밥을 먹으러 집에 온적이 있어요.

엄마가 해준 된장찌게에 양배추 찜이 그날 나의 끝이 없던 허기짐을 채워 주었습니다.


특별해 보이지 않아 보이는 그 안에는 항상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어요.


아마도 나는 평생 엄마의 은혜를 갚지 못할 거 같아요.

하지만 또 엄마는 그 마저도 괜찮다고 하겠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영원히 엄마에게는 응석받이 딸로 남을 것 같아요.

당신의 사랑이 너무 깊어서 헤아릴 수 없으니까요.


몸만 커지고 마음은 아직 너무 어려서 미안해요.


하지만 한가지는 꼭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무너지지 않고 오뚝이 처럼 일어나고 도전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엄마아빠에게 배운 근면하고 성실하고, 진실한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함께 해주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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