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된다고?
결혼 안하겠다던 여자가 연애 6개월만에 결혼을 했으니 내친구들은 한편으로는 제가 진짜 평생 혼자살면 어쩌지했다가 내심 나의 허언증에 기뻐했다. 아마도 나에게 따뜻한 울타리가 될 가족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은 내 친구들이 제일 컸을거다. 다 커서 알게 된 사실 이지만 매일 열등감과 팍팍한 삶에 친구들에게 몹시나 뾰족하게 굴었고, 내 착한 친구들은 그걸 다 조용히 이해하며 받아주고 있었다. 그래 너희 덕에 지금 내가 있는거지.
과연 나에게 가능한 일인가 고민했던 결혼을 하고,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갔다. 사실 같이 사는 사람이 생겼을 뿐 나는 똑같이 일에 매진했고 밤늦게 일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남편과 고단했던 하루를 안주 삼아 맥주 한캔 마시는게 하루 일과 였다.
결혼을 하면 꼬리표 처럼 따라오는게 있다. 임신. 출산.
결혼까지는 했지만 나는 아이는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그보다 내가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 몸을 챙겨가며 일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해야겠다는 일이 있으면 나의 몸과 영혼을 갈아넣으며 일하는 스타일이라 이 척박한 환경에서 아이라는 씨앗이 튼튼하게 자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30년된 뚜껑도 안맞는 양은 냄비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 쓸 만큼 알뜰하지도 않았다. 엄마는 온수도 안나오고 화장실도 없는 가게 단칸방에서 매일 열심히 가계부를 쓰며 알뜰살뜰 딸 둘을 길렀지만 나는 나 하나도 벅찼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결혼할 때, 아이는 낳지말고 우리 둘이 벽에 똥칠할때까지 둘이 재밌게 지내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그러자 라며 내 뜻을 받아줬다.
주변사람들이 이제 예쁜 아이만 낳으면 되겠네 라고 이야기할때 "전혀요. 저희는 딩크로 살거에요."라고 말했다.
결혼을 하고 한해가 저물어 가던 어느날.
어머니집에 갔다가 남편 어릴 때 앨범을 보게 되었다.
"아니, 뱃속에서 세상에 나오기엔 너무 큰데? 어머니 진짜 힘드셨겠다. 애 안고 있으면 어깨가 나가겠는데요?" 호리호리한 그 남자의 태생은 토실이더라. 나는 깔깔거리며 놀려댔다.
"손가락도 뚱뚱해 어쩌면 좋아." 아가인 남편의 모습이 신선하기도 재미있기도 했다.
어랏? 항상 예외의 상황은 이상한 곳에서 찾아온다.
네살 다섯살 남편의 사진이 마음속에 확 다가와 마음에 꽂혔다.
사실 그날 그 이상한 경험은 딱히 말로 표현이 안된다.
까맣고 꼬질한 아이가 눈이 땡그래져서 찍힌 사진이었는데.
그날 집에 돌아와 자려고 누웠을 때, 그 사진이 계속 눈에 밟혔다.
'오빠 어렸을 때 참 이뻤네. 애들이 원래 다 저렇게 예쁜건가? 참 이상하네 머리속에서 아른아른.'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몇날 며칠동안 그 아이가 눈앞에 아른 거렸다.
그러다 나의 사고 회로가 엄한길로 빠졌다.
'오빠 닮은 아이가 있으면 정말 예쁘겠다. 아! 내가 미쳤나? 이제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남편한테 말도 못하고 몇날 며칠을 혼자 생각을 꺼냈다가 숨겼다가
도대체 내 마음이 뭔지 곰곰히 생각을 했다.
아이 낳을 자신은 없는데 오빠 닮은 아이가 나오면 너무 이쁠 것 같애?
아무리 들어도 이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 였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 고민을 왜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는 이미 유산을 하거나 난임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여럿있었다.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는데 혼자 속을 끓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빠,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아이가 생기게 된다면 낳는거 어때?"
"응? 아이 안갖겠다며. 왜 생각이 바뀌었어?"
"몰라. 그냥 오빠 닮은 아이가 있으면 너무 예쁠거 같아서."
참 재미있지? 그 말이 끝나고 한달 남짓.. 지났을 때.
나는 임테기에서 연한 두줄을 보게 되었다.
아니. 이게 된다고?
사실 너무 연해서 남편은 나보고 마음의 눈으로 본거 아니냐고 했지만
매직아이 같은 그 임테기사진을
이미 아이를 낳은 내 친구 들에게 찍어 보내자 마자
"빼박임신"이라고 했다.
친구들한테 나름 변경된 2세 계획을 이야기 하기도 전에 뱃속에 아이가 생겨버린것이다.
이로써 나는 진짜 허언증이 되었다.
친구들아. 하지만 이것도 고의가 아니었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