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단출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우리가 결혼한지 23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쌩뚱맞죠?
1000일도 아니고 3000일도 아니고.
근데 요새 이렇게 뭔가 우리에게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날과 시간을 좀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사는게 바쁘고 정신없는 요즘. 현실의 일들을 해결하다보니 중요했던 서로의 생일도, 결혼 기념일도 그냥 보통날과 같이 마무리 하게 되는 때가 많으니까요.
날씨가 이렇게나 무더운데 우리의 삶은 혹독한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듯 합니다.
한동안 우리는 함께이지만 외로웠고 슬펐습니다. 녹음이 우거져내리는데 마음속은 허허벌판에 찬바람만 을씨년스럽게 불었습니다.
사실 나의 사랑은 보통의 여자들의 사랑과는 조금 달랐던것 같습니다. 내가 매몰차게 이야기하고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을때, 내가 다짐한 건 하나였습니다. '이 사람을 따뜻하게 지켜줘야겠다.' 근데 어느 순간에 내가 '따뜻하게'는 빼먹고 '지켜주기'만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삶이 팍팍해서 라고 변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어떤날은 '당신도 나와 같겠지.' 이해를 하면서도 생일날도 장미꽃 한송이 없이 빈손으로 들어오는게 밉더라구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 날 이후 부터 내 마음과 기억속에 당신이 없었던 날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조금 밉기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사랑이라는 말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당신의 존재는 나에게 커다랗습니다. 어떤 날은 고맙고, 어떤날은 짠하고, 어떤날은 애틋하고, 어떤날은 든든하고, 어떤날은 아들(?)같고.
맨날 세상 심각한 내가 티비보고 깔깔 웃는게 좋다며 자기는 보지도 않는 무한도전을 찾아서 틀어주고, 말도 안되는 옛날 막장드라마가 나오는 채널을 기억했다가 틀어주고 같이 봐주는 좋은 사람 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리 어깨에는 더 많은 무게들이 내려 앉겠지요?
지금은 정신없이 늘어나는 새로운 무게를 서로 혼자 버티려고 고군분투 했다면 이제 좀 웃으면서 어깨에 나누어 들어요. 그래야지 행복하게 오래 걷지요.
지난해 말부터 올해는 나에게 쉽지 않은 시간들이지만 결코 이시간이 시련만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과정에 끝에 우리는 함께 웃고 두 손을 더 꼭 잡을 수 있게 될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은 조금 내려 놓으려 합니다.
이제 키크고 호리호리하지 않은 똥배나온 남편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