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린 시절 먹었던 김치랑 전어 맛이 잊히지 않아요. 잔갈치를 반으로 갈라 바싹 말린 것을 양파 썰어 넣고 쌀뜨물 부어 자작자작하게 조려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지요. 근데 갈치회는 여수에 살면서도 못 먹어봤어요. 뱃사람들은 배 위에서 갈치를 갓 잡아 올려 막걸리에 적셔 먹곤 했지요. 그래야 꼬들쏘들 해지거든요.
“내가 뭐든 잘 먹고 맛있게 먹는 편인데 개고기는 안 먹어요. 죽을래 먹을래 선택하라 하면 먹겠지만 키우던 개 생각이 나서요. 닭고기도 별로 안 좋아해서 자주 먹지 않죠. 한때는 동탯국이랑 콩자반만 보면 고개를 돌렸어요. 난 하숙 생활을 오래 했는데, 그 하숙집 밥상에 제일 많이 오르는 게 동탯국이랑 콩자반이었거든요. 인스턴트 음식도 안 먹어요. 혐오하지요. 시간에 쫓겨 라면 같은 걸로 끼니를 때우게 되면 막 짜증이 납니다. 된장찌개 한 그릇이라도 맛과 향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먹고 싶은데 그야말로 먹는 게 아니라 ‘때우는’ 게 되는 거니까요.” -허영만 작가, ‘식객’ 중
그럼, 지금부터 함께 식사해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