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시각에, 적절한 시간 내에 잠들고 적절한 시간 동안 깊게 잠을 자고 적절한 시간에 기상하는 것입니다.
이 적절함이 어느 정도 충족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잘 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잠을 못 자면 아래와 같은 패턴의 연속일 것입니다.
[잠을 못 자니 기분도 좋지 않고 예민하고 짜증스러워지고 피곤하여 낮의 생활에 방해를 받고 늦게까지 안 자고 깨어있으니 야식도 더 먹게 되고 그러면 잠이 더 안 오게 되고, 잠을 못 자니 기분도 좋지 않고 예민하고 짜증스러워지고 피곤하여 낮의 생활에 방해를 받고 늦게까지 안 자고 깨어있으니 야식도 더 먹게 되고 그러면 잠이 더 안 오고...]
이것이 불면의 악순환입니다.
잠을 잘 자야 우리는 기분도 식습관도 관계도 일상생활도 모두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수면은 생활의 기본이자 기반입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잠’을 어떻게 해야 잘~ 잘 수 있을까요? 수면 패턴을 잘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잠을 잘 못 주무시는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고 헷갈려했던 몇 가지만 소개하고 설명해보려 합니다.
* 아래 내용은 불면증의 단독 치료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수칙을 모두 지킨다고 해서 불면증이 치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 불면증이신 분들께 ‘이렇게 하면 잘 잔대.’ ‘네가 그렇게 하니깐 못 자는 거야.’ 등의 섣부른 충고로 사용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다만, 불면증일 경우 약물치료와 함께 지켜야 할 수칙이며불면증은 아니더라도 잠을 잘 못 잔다면 지켜볼 만한 규칙입니다.
수면위생(Sleep Hygiene)
위생이란 손 씻기 등 해로운 것을 없애는 행동입니다. 수면위생도 마찬가지로 수면에 해로운 것을 없애는 것입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한 생활규칙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질문 중 어느 것이 수면에 더 도움이 될지 맞춰보세요.
1. 일정한 시간에 자는 것
VS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밤 12시에는 무조건 잘 거야.’라는 결심이 더 좋을까요?
아니면 ‘아침 7시에는 무조건 일어날 거야.’라는 결심이 더 좋을까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드는 시간이 변경되어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해야 합니다.
밤 11시에 잠들어도, 새벽 2시에 잠들어도, 새벽 6시에 잠들어도, 계획한 기상 시간이 7시라면 무조건 7시에 일어나도록 합니다.
반대로 “나는 오늘부터 밤 12시 전에는 무조건 자겠어!”라는 결심을 해볼게요.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집에 와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혹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밤 12시는 금방 넘어버릴 것입니다. 기적적으로 11시 55분에 침대에 가서 눕더라도 바로 잠들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침대에만 몇 시간 멀뚱멀뚱 누워있다가 결국 휴대폰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 새벽 4시에 잠들어 버립니다. 다행히 다음날이 주말이라 늦잠을 자고오후 2시에 일어났다가, 그날 밤에도 결심했던 대로 밤 12시 전에 눕습니다. 그런데 오후 2시까지 늦잠을 잤더니 또 잠이 안 옵니다. “난 일정한 시간에 자겠어!”라는 결심을 했고 결심대로 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는데도 어찌 수면은 나아지질 못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잠이 드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가능합니다.
새벽 6시에 잠들어도 계획한 기상 시간인 7시에 무조건 일어난다면,그다음 날은 쌓인 피곤함으로 인해 좀 더 쉽게 잠에 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면 패턴을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2. 낮잠 절대 안 돼
VS 낮에 너무 졸릴 때는 낮잠을 자야 해
만약 나의 필요 수면시간이 8시간인데 낮잠으로 3시간을 자버렸다면 그만큼 밤에 입면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심할 경우 낮밤이 바뀌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낮잠을 안 자고 버티기에는 몸이 너무 피곤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낮에 너무 졸리다면 낮잠은 1시간 이내로만 주무시도록 합니다.
3. 누운 지 얼마나 되었는지 시간 계속 체크
VS 시계 절대 보지 않기
‘누웠는지 2시간이넘었는데도 아직 잠을 못 들었네.' ‘지금 새벽 3시인데 아직도 못 자고 있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는데 지금 자도 2시간 밖에 못 자는데’ ‘한 시간밖에 안 남았어, 이렇게 밤 꼴딱 새고 출근하네.’
시간을 자꾸 확인하면 걱정만 늘 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제가 일했던 정신과 병동에서는 시계는 공용공간에만 배치되어 있으며 침대가 있는 각 병실 안에는 시계 자체를 두지 않았습니다.
4. 술 한잔 마시면 잘 자요
VS 잠자기 전에 술은 안돼
“술 많이 먹는 건 아니에요. 그냥 와인 한잔 딱 먹으면 잠이 잘 와서 먹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술을 마시면 잠이 든다며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다.
술을 마시면 졸리고 잠에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술을 먹고 자는 잠은 '질 좋은 잠'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알코올은 근육을 마비시켜 혀가 기도를 막아 기도가 좁아지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코를 많이 골게 되지요. 알코올을 분해하는 동안 갈증이 나기도 하고 화장실을 가능 횟수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즉 술을 마시고 잠이 들 수는 있으나, 잘 자지는 못한다는 결론입니다.
5. 잠이 모든 것의 기반이니깐 못 자면 큰일 나
VS 잠 못 잔다고 안 죽어
매일 밤마다 입면이 잘 되지 않아서, 제가 밤근무를 할 때마다 새벽까지 같이 깨어있던 환자 분이 있었습니다.
잠을 잘 못 자면 피곤하고 예민할 법도 한데
저를 보고 씩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는 거지.”
잠이 안온다고 스트레스 받으며 더 잠에 못들기보다는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장난스럽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6. 침대에서는 잠만 자야지
VS 잠이 안 오니깐 누워서 휴대폰 보다가 자야지
침대는 자는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무의식적으로 ‘침대=잔다’로 인식을 할 수 있도록요. 잘 때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지 말라고 하면,
“휴대폰을 봐서 잠이 안 오는 게 아니라, 잠이 안 와서 휴대폰 보는 거예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휴대폰을 보면 다양한 시각적, 청각적 자극들로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설명드리면 항상 뒤따라오는 질문이 또 있습니니다.
“그럼 잠이 너무 안 오는데 어떡해요? 그냥 계속 눈감고 누워있어요?” 네. 그냥 계속 눈 감고 누워있도록 합니다. 만약 졸리지도 않고 눈이 너무 말똥말똥하다면 차라리 침대 밖으로 나오도록 합니다.
‘침대=자는 곳’이어야 합니다. 잠이 아예 오지 않는다면 침대 외의 공간에서 책을 보는 등 다른 것을 하다가 약간 졸릴 때 다시 침대로 가서 수면을 취해보도록 합니다.
사실 수면위생 교육시간 후에 많은 환자분들이 “너무 뻔한 내용이었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모두 지키는 분이 있는지 물어보면 아무도 손을 드는 이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으면서 “이게 참 어렵네~”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