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해받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한다. 약간이라도 내가 못된 마음을 가진 말이나 행동을 한 것 같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경우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해명하려고 애쓴다. '나는 그렇게 못된 말을 한 적이 없어요, 나는 그런 나쁜 행동을 한 적이 없어요, 난 당신에게 악의가 없어요.'라는 나의 진심을 증명해야 그날 밤에 두 발 편히 뻗고 잘 수가 있다.
그러나 점점 의문이 들었다.
정말 나는 착한 사람인가?
나는 착한 사람이기에 앞서, 착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었다. 그리고 착한 사람이고 싶은 사람이기에 앞서,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었다.
착한 사람.
착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
나는 이 중 세 번째였다. 그저 착한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을 지라도 이렇게 억울해하며 나를 해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못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싫고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 보면 나에게 중요했던 것은 '내가 얼마나 선한 마음을 가지고 선한 행동을 하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선한 사람으로 비치고 있냐'인 것이다. 나의 마음을 한 겹 벗겨내고 보니 솔직한 내 마음은 많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나의 진짜 욕구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가진 나는, 진실로 착한 사람과는 미묘하게 사뭇 다를 터이다. 선한 마음은 한 스쿱 더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한 스쿱 덜 수 있다면, 나에게도 나를 만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따뜻한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