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 가는 보통 사람들

정신병 환자 아냐?

by 이름다움

내 마음이 아프면서도, 혹은 내 마음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들면서도 상담이나 정신과 진료를 받기를 꺼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단, 심리적 문제가 있긴 하나 그 정도가 약하여 본인이 느끼기에 많이 괴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용이나 사회적 시선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건 정신건강의 문제가 아닌, 그저 ‘나 자신의 문제’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나는 '정신병'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정신과'를 갈 필요가 없으며 정신과를 다녀서 나아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정신과를 다니면 내가 진짜 정신병 환자가 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정신건강에 대해서

의사 등의 전문가에게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 본 사람은 12.1%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평생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 지난 1년만 보았을 때는 고작 7.2% 라고 합니다(1년간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

다른 나라에서 정신건강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비율을 살펴보면

미국은 43.1%(2015년),

캐나다는 46.5%(2014년),

호주는 34.9%(2009년)입니다.

한국의 7.2%와 비교해 보면 5~6배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한국에서 성인 4명 중 1명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데도 불구하고,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 고작 12.1%이며 나머지 87.9%는 아픈데도 불구하고 평생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내 몸에 문제가 있다면 어땠을까요?

몇 주 동안 기침이 나더니 어느 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고 숨쉬기 어렵고 가슴 통증까지 생겼다면 어땠을까요?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가 큰 병이 생겼나? 죽을병인가?’ 등등 걱정을 하며 부랴부랴 병원에 가보겠지요. 사실 많은 사람들은 숨쉬기 어려워질 만큼 악화되기 전에, 기침이 몇 주 동안 계속 나오면 이미 그때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기침이 몇 주 동안 그치질 않는데 동네 병원의 '내과'나 '이비인후과'는 내가 갈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혹시 병원에 갔는데 큰 병이 있다고 할까 봐 무서워서 병원에 안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내 몸이 지금 아픈데, 환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 병원을 안 가기도 하나요?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건강한 사람이 되기도 하나요?

아닙니다. 만약 질병이 있다면 병원에 가든 안 가든 그 질병은 존재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점점 더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신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면, 어떠한 이상 증상이 있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검사를 해보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정신과 병동에서 스트레스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환자분들과 치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 적이 있습니다.

그날, 한 환자분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정신과가 괜히 있겠어요?"

맞아요. 정신과가 괜히 있겠어요?

정신과는 사람들이 '마음 건강히'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있습니다.

이 말을 하신 환자분은 마음의 병을 혼자 낫게 하려는 것이 참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늦게나마 병원에 왔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서 좋아졌다고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든 아플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누구든 케어를 받아야 합니다.

그 시작은 전문가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것은 평범한 것이고 당연한 것입니다.

정신과는 마음이 약한 사람들 혹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정신과에 오는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현명한 사람입니다.



<레퍼런스>

보건복지부. https://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page=1&CONT_SEQ=369088&SEARCHKEY=TITLE&SEARCHVALUE=%EC%A0%95%EC%8B%A0%EA%B1%B4%EA%B0%95%EC%8B%A4%ED%83%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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