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는 우울증

우울증처럼 안 보이는데?

by 이름다움

우울증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우울증이어도 웃을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어도 친구들과 만나서 즐겁게 대화 나눌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어도 업무를 잘 할 수 있습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무한도전 예능 다시보기를 좋아합니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습관적으로 틀어놓는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재미가 느껴지진 않거든요. 그래도 한 번씩 웃기는 장면이 나오면 피식피식 웃기도 합니다. 어제도 다시보기를 보다가 잠든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를 가는 것은 정말 지옥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눈이 안 떠지길 바랬는데 또 기어이 눈은 떠지고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온몸이 너무 무겁고 일어나기가 참 힘듭니다. 아침부터 옆집에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짜증이 확 났습니다. 출근준비 후 1시간의 지옥철을 타고 회사에 정시 출근했습니다. 현 회사에서 근무한 지는 몇 년 되었고 지금 업무는 반복되는 일이라 어려울 건 없습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머릿속엔 내내 ‘왜 살아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만 맴돌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털어놓은 적은 없지만요. 점심시간에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남의 이야기들인 직장 상사들의 대화에 ‘네네, 하하’ 하며 리액션은 해줍니다. 그래도 직장 상사니깐요. 일 끝나고는 동기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고는 늦은 시각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같이 일하는 회사 사람 중에 눈치챈 사람은 없었지만

사실 이 남자는 우울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우울증을 실제 겪어보지 않았거나, 가족이나 친한 지인이 우울증인 것을 보지 못했던 분들은 우울증에 대해 종종 오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매분, 매초 우울해할 거라고. 그래서 얼굴도 죽상일 거라고. 딱 보면 우울증 환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거라고.

그래서 자기 앞에 있는 이 사람, 회사 일을 무리 없이 하는 이 사람, 취미생활도 하는 이 사람, 유튜브를 많이 보는 이 사람, 내 시시한 농담에도 잘 웃어주는 리액션 좋은 이 사람이 우울증일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정말 우울증인지 아닌지는, 이 사람의 모든 감정 상태와 행동을 찬찬히 따라가 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가 없습니다. 전문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우울증 환자를 만나는 정신과 의사조차도 사람을 딱 보자마자 우울증이다, 아니다를 진단 내릴 수는 없습니다. 잘 웃는 이 남자가 ‘자신이 회사는 다니고 있고 업무 능력에도 차질은 없지만 지난 몇 주 동안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피로하고 집에서는 잠만 자고 아무것도 재미가 없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라며 자신의 감정과 최근 모습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할 때야 정신과 의사도 가능한 진단 몇 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우울하다고 다 우울증인 것도 아니며, 우울증이라는 진단 안에도 다양한 아형이 있기에 우울증이라고 모두 같은 우울증은 아닙니다. 또한 같은 우울증이라도 개개인 별로 나타나는 증상과 증상의 정도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우울증을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우울증처럼 안 보이는데?”

표정이 어둡고 자세는 축 처져 자신감 없어 보이는 것이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 모습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까운 관계의 사람이 우울증을 겪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분들은 오히려 더 밝아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 사람들 앞에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에 혼자 있을 때 공허함을 느끼면서 우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도 합니다.


우울증은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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