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자면 두서가 사라지는 마법에 걸리곤 한다. 내 몸은 늘 수족냉증으로 심하게 얼어있었는데 유난히 열이 많았던 엄마는 늘 자신의 온몸으로 작은 나를 품어 꽁꽁 언 손과 발을 녹여주곤 했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의 이야기이다.
특별하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내게는 소아마비 5급의 아버지와 지금은 장애진단이 사라지셨지만, 당시 3-4급을 오가셨던 호흡기장애우이신 어머니가 계시다. 두 분 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사셨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 삼 남매가 어린 나이에 고통 아닌 고통을 함께 하기도 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 이야기들을 풀어야 하고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거짓 없이 솔직하고 꾸밈없는 일기를 적어내고 싶다. 부모님은 종종 다투셨고, 어려가지 사업실패와 가정불화로 내 기억에만 6번 이상의 이사를 작은 시골마을에서 다녀야 했다.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알코올중독으로 많이 어려운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그게 발단이 되었는지 나는 무척 밝고 똘똘하고 명랑했던 유년기 초등학교 저학년때와는 달리 11살 이후로 급격히 어두워진 삶을 살았다. 그러나 줄 곧 어둡지만은 않았던 것이 엄마에게 물려받은 낙청성과 아빠에게 물려받은 친구를 좋아하고 정이 많은 성격 탓에 친구의 영향으로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하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 나는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던 인생의 회고록을 적으려 한다. 주변에서 항상 '비밀스럽다' 너는 뭔가 '신비주의 같다'라는 평을 듣곤 할 만큼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에 소극적이었던 내가 이렇게 용기를 내어 내 이야기를 수필로 적어낸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나 자신에게도 가장 큰 변화이자 용기일 수 있겠다. 기도하는 맘으로 이 연재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지루 할 수도 있고, 진부할 지도 혹은 조금 나보다 더 평범하게 살아오신 분들께 너무 큰 자극이 되어 거부감이 들지 않기를 바라는 솔직한 마음 또한 전하고 싶다. 앞으로 나의 회고록을 읽어주시고 마음으로 응원해주신다면 너무 큰 영광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