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지안에게
순우리말로 도담도담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게 되었다.
'어린아이가 탈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가 가장 바랐던 사랑하는 조카에 대한 바람이 담긴 단어였다. 그저 잘 놀며 잘 자라기만을 바랬다. 나는 누가 봐도 팔불출 조카바보이다. 둘째 조카가 있음에도 첫사랑이라 그런지 첫째 조카만큼의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하기까지 한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나에게 가장 기쁨과 희망을 주었던 조카 지안이에게 정말 좋은 이모,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싶어 지금도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꿋꿋이 일하고 이 아이에 대한 사랑의 글을 끄적인다.
조카바보인 나로서 조금만 자랑을 조금 늘어놓자면 우리 지안이는 항상 내가 놀러 가면 문 앞까지 나와 나를 반기며 식탁에 앉을 때면 늘 떨어져 앉지 않고 이모옆에 이모옆에를 외치곤 한다. 멀리 떨어져 있다가 만나도 항상 나를 좋아해 주고 그리워해주는 소중한 아이이다. 한동안 동생과 이런저런 트러블로 그러면 안됐는데 아이 앞에서 다툰 적이 있고, 나는 너무 속이 상한 나머지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였었다.
그런데 작은 옷가지를 가지고 와서 내 눈물을 훔치며 아이가 닦아주는 것이 아닌가. 이런 따뜻한 아이의 심성에 나는 다시 한번 사랑스러운 마음을 잘 지켜주고 싶다 다짐하기도 하였다. 그뿐 아니라, 늘 사이좋게 누구 와든 지내려는 마음이 있고 조화로운 성격을 가진 아이이며, 둘째 아이를 나으러 동생이 가야 했을 때 잘 떨어져 지내려 씩씩하게 어른을 걱정시키지 않는 언니 될 준비를 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어른인 내가 더욱 반성하기도 하였다. 아이 앞에서 아이보다 더 여린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그때 나는 더 단단한 어른으로 이 이아이 앞에 서야겠다고 느꼈다.
이렇게 나를 성장시키고 일깨워주며 자존감을 세워주는 아이야 말고 진짜 '사랑'아닐까.
흔히들 요새 말하는 '사랑이야'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다 소중하고 아름답다. 지켜져야 하고 지켜내야 하는 존재들이다. 성숙하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의 품에서 마음껏 도담도담 자라날 아이들이 가득한 세상을 꿈꾼다. 그런 세상을 바란다.
나의 지안아 ,
이모가 큰 사고를 겪고 이사를 가서 근처에서 지내며 너의 탄생과 성장을 가까이서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던 것은 이모삶에 있어서 가장 큰 축복이었어. 고맙고 사랑한다 우리 조카. 누구보다 어두웠던 이모의 삶에서 신께서 주신 모양으로 축복이 되어 와 준 우리 지안이. 바르게 지금처럼 맑게 자라주기를. 세상에 너무 다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누구보다 많이 아끼고 아낀다. 지안이가 얼마 전에 그랬지 이모는 안경을 껴도 이쁘고 안 껴도 이쁘다고. 순수한 너의 마음 안에서 이모가 이쁘고 좋아하는 대상, 아끼는 친구라서 너무 고맙고 기뻐. 이모를 살게 해 준 시간들 너 하나로 미소 짓고 눈물지었던 순간들 언제까지나 이모가 기억할게.
지금처럼 도담도담 행복한 아이로 세상을 밝히길. 사랑한다 우리 지안이.
p.s 동생에게는 편지는 비밀로 하자! 이모가 따로 둘째 조카님께 편지글을 부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