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나를 이유없이 좋아하고 따라다니며 귀찮으리만큼 챙겨주던 친구가 있었다. 크고 작은 오해로 멀어졌고, 지금 생각해보던 지나면 괜찮아질 수 있을 사건이었음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지쳐 나가떨어졌다. 아프고 힘들었지만 누구보다 좋아했던 소녀였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너무 아꼈던 존재였다. 그만큼 아프기도 많이 아팠다. 서로 카카오톡으로나마 다툼아닌 다툼, 대화아닌 대화를 통해 안녕을 고했으니 말이다.
사실 나를 따라다녔다고 했지만 나 또한 그런 그 친구의 다가옴이 싫지 않았다. 내심 기다리고 좋아했다. 서로 꼭 붙어다니며 그 시절 유명했던 원더걸스의 텔미춤을 같이 연습하곤 했다. 흥도 죽도 참 잘 맞았던 친구였는데, 어찌보면 유효기간이 다 된 베터리 같이 우리는 방전상태에 이르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더 그 친구에게 기대하고 서운해 하며, 내가 원하는 방식의 위로나 대답이 아니면 뾰루퉁하고 섭섭한 티를 내며 부담을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쳐갔으리라 생각한다. 그 때의 내 모습이 최근에 가깝지만 그 친구와 관계가 정리되면서 '정말 우리는 아니었구나.'를 깨달았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내가 미숙했구나.'를 깨달았다. 마지막까지 내게 인생에서 깨달음을 준 인물로 남는다.
관계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지금이 정말 심폐소생을 급히 해서라도 탈탈 털린 바닥을 보지 말아야 하는 단계.나는 그 단계에 이를때까지 그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했고 알아차리지 않았으며,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무심하고 무관심했었다. 소중하고 여린 관계일수록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살펴돌볼걸. 여리고 예민한 식물들을 가꾸는 맘으로 우리 관계를 다뤄줄걸 하는 안타까움이 내 맘에 남는다.
그러나 우리의 관계를 명명하자면 애증이라는 범주안에 들어있었고, 모성애라는 교집합이 존재했다. 많은 관계의 색들 중 우리의 색깔은 그러했다. 그래서 끝에 언젠간 다다를 관계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더 씁쓸하지만 처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관계임을 확신하고는 한다. 여기까지였다면 그뿐이리라.
달콤하고 씁쓸한 감정을 내게 준 네가 독서실에서 던져주던 페레로로쉐가 입에서 녹지 않아 목에 걸린다. 아직 소화되지 않아 목이 아프다. 그래도 고마웠다. 나를 친구로써 사랑해주어서. 너의 친구였던 내가 정말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