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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y 20. 2024

분리된 세계 : 이란 편 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78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칠십 팔 번째



오후에 잠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핸드폰 뉴스 포탈에 "이란 대통령 사망"이란 제목이 속보로 떴다. 한 달 전에 이란에 대해 이리저리 검색하며 알아보다가 글을 쓰기도 했는데 가끔 뉴스에서 다른 국가의 지도자를 분리하지 않고 퉁쳐서 대통령, 혹은 고위급 관계자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있어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였다. 내가 궁금했던 점은 "라흐바르"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를 대통령으로 착각해서 보도했냐는 것이었다.



보도한 대로 대통령이 사망했다. 하메네이 말고. 가치중립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란 국민들에게는 충격이겠지만 정치적으로는 외부평가와 내부평가가 다르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외부적으론 그나마 실질적인 최고지도자가 죽지 않아서 이란 내에 더 큰 충격이 오지 않았다는 점이고 내부적으론 하메네이와 추후 지도자 선출을 위한 지도자 회의라는 기구 구성원들이 머리 아파지고 서로 계산하기 바빠졌다는 점이 있을 수 있다.


처음 뉴스를 접하는 독자들은 대통령이란 거물급이 죽었다는 것에 "이란 난리 난 거 아냐?"라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란 대통령은 민의를 위한 구색을 갖춘 형식적인 2인자일 뿐 그 위에 입법사법행정을 절대 통제하는 라흐바르라는 최고지도자가 군림하고 있어 그 위치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겉보기엔 이란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물론 큰 이슈임은 변함이 없다.


다만 내부적으로 하메네이와 권력의 최상부의 8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 구성원들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사망한 대통령 라이시가 하메네이가 아끼고 차후 라흐바르로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였기 때문이다. 예측 못할 변수를 제외하고는 라이시에게는 절대 지도자라는 꽃길이 깔릴 예정이었다. 하루아침에 날씨 때문에 급사를 해서 그들의 정치적 플랜을 대폭 수정하게 생겼다.



하메네이와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 / 미국평화연구소

88명의 이슬람 율법학자들은 다시 첫째론 하메네이에게 총애를 받을 자가 누구인지, 둘째론 형식상이든 실질적이든 이슬람 체제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고 증진할 능력 있는 자가 누구인지 모색해야 할 판이며 그 판에 자기들이 뛰어들어 밀실 정치가 심화 될 전망이다. 하메네이도 뒤를 이을 누군가를 찾아야 하고 자기가 죽고 나서도 자기 처자식들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을 사람으로 골라내야 할 판이다.


이슬람 학자들은 공개적으로 기업 혹은 사업을 할 수가 없어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이란의 재벌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들, 딸에게 사업을 하게 하고 거하게 조 단위로 당겨먹고 있다 한다. 어찌 됐든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고 가뜩이나 이스라엘 하고 긴장도도 올라간 판이라 이리저리 신경 쓸게 많아졌을게 분명하다. 외무장관까지 같이 사망하는 바람에 국내는 크게 문제가 되진 않더라도 개인적 문제와 해외 외교가 숙제로 남아있다. 


혹자는 이스라엘이 손을 쓴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최근 상황을 보면은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상악화로 사망했다 보도하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이며 이란의 행보에 달려있다. 사실은 음모론에 불과한데 도리어 이란이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확전 명분으로 삼는다던지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가 지도자가 두 명이나 사망하는 사건이 흔치 않은 만큼 정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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