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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n 01. 2024

시간은 중요한 데 안 중요해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9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구십 번째



뿅! 하고 지팡이를 휘두르면 물체가 사라지는 해리포터 영화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5월이 끝났다. 뭐 한 것도 없는데 KTX 타고 6월로 접어들었다. 24년도 상반기의 마지막 달이기도 한 만큼 결실이 있는 것도 있을 테고 여전히 갈길이 자갈 투성이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허투루 살았다는 생각도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분노가 원동력이 되듯이 불만족과 허무함이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모든 사람은 행동하고 있고 지금 이 시간도 하루를 끝내고 새로운 하루인 6월 2일로 향하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만의 계획으로, 목적으로 끊임없이 오늘 할 것과 내일 할 일들을 만들거나 이행하고 있다. 어쩌면 시간이 빨리 흘렀다는 엄살도 이 또한 몰입하다 자각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시간의 빠름이 즐겁게 느껴진다면 좋겠지만 사실 욕심만큼 되어간다는 것은 당연히도 어려운 일이다.


무엇인가를 일구어 내기 위해서는 다시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고, 다시 글을 쓰고, 다시 정리하고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이 계속 찾아온다. 내가 어딘가에 꽂혀 만족하는 일상이라면 더 할 말이 없겠지만 아무 의미 없이 시간을 쏟아야 하는 경우라면 그것만큼 고역은 또 없다. 더군다나 시간이 금이라는 중요함을 알고 있다면 그 괴리감은 더더욱 심하게 몰려 올 것이다.


분명한 목적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대단히 감사할 일이다.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고 싶은 일과 연관이 없는 일을 경제적인 이유로만 버티고 있단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특히 내가 사는 도시는 공무원들이 많다 보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이직을 한다거나, 자격증을 딴다거나 하는 경우의 위대한 다짐들도 어느새 이슈 한번 터지면 야근에 주말출근까지 겹겹이 몰아닥치는 일터에서는 그런 것을 꿈꾸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배부르고 등 따숩고 시간적으로 여유도 되고 룰루랄라 하는 사람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이끌어가기란 무진장 힘이 드는데, 위와 같은 일상으로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사람들이 본인만의 삶을 살아가기가 가능할지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부분적으로 경제적으로, 직장 내에 어떤 만족할 만한 포인트가 있다면 그는 거기서 힘을 얻어가며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범적인 경우를 보여주겠지만 내가 발이 워낙 좁아서 그런지 그런 사람이 아직까지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이 반이나 차 있네란 생각도 생각이지만 "그럼 남은 6개월간 뭘 할 겨?"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신년 계획이 반이 틀어져 버렸다고 자책하고 어느새 마음속 먼지 쌓인 창고로 던져 버릴 수 있지만 시간이 중요한 만큼 또 반대로 시간이 중요하지도 않다. 대게 시간을 시작할 포인트로 삼아 "언제 해야 지"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시간은 그 이전까지 아무런 평가 그리고 아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언제 할지 특정 날짜에 의미를 부여 하듯이 어느새 그 의미가 퇴색되어 이내 실망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노라면 시간은 아무 죄가 없다. 마찬가지로 다시 특정날짜에 중요성을 부각한다면 남은 시간들이 연달아서 그 의미의 조각들로 맞추어 나아가겠지만 어디까지나 어떻게 할지는 각자의 몫인 것이다. 여름 같은 봄에서 진짜 여름으로 나아가는 지금, 다시 찜통에서 헤매다 어느새 눈떠보니 크리스마스가 곧이라고 이야기할 때쯤에도 이 생각은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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